에필로그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다양한 상처를 받게 된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을 미워하게 되지만, 결국 마음을 회복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가족, 학창 시절, 사회, 모임...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상처받고, 또 치유받는다.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엉덩이를 맞고 세상에 첫울음을 터뜨린다.
그것을 '상처'라 부를 수는 없지만,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작은 접촉에도 쉽게 동요된다는 것을 가장 원초적인 장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나는 성악설을 조금 더 믿는 편이다.
어릴 적엔 성선설을 믿었지만, 살면서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며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람은 서로를 찌르고, 때론 할퀴며, 자신의 몫을 챙기기에 바쁘다.
그것을 단지 '악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저 인간 본성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히려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어졌다.
쓰는 일은 결국 나를 향한 일이었다.
타인을 받아들이고, 이 세계를 조금 더 너그러이 바라보기 위한 과정이었다.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아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우리는 모두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하나의 존재일 뿐이라는 걸.
책을 읽고, 마음을 관통하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나 또한 그런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기록이 머무는 자리>는 지금의 마음을 붙잡아 두고, 그 안에 머무는 감정들을 바라보게 해 준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 안의 오래된 상처들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 한다.
다음 이야기의 이름은 <선을 넘으셨습니다>.
사람들로 인해 다치고, 그 마음을 어떻게 회복해 왔는지를 두 시즌에 걸쳐 써 내려갈 예정이다.
이 여정이 나와 당신 모두에게 따뜻한 자리가 되어 주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