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같이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라지만
사실은 아닌 걸
내 이름은 풀이야
풀이라 불러줘
내 품으로 들어와
나는 숲이야
사근이 속삭이는 바람 소리로
너의 비밀을 들리지 않게 하는
난 너만의 숲이야
나는
누구보다 빨리 자라
네가 바라보는 봄날의
분홍빛 나무와는 다르지
그러니 풀이야
먼 곳을 내다볼 수 있는 커다란 마디가 있어
이런 나무는 어디에도 없지
그러니 나를 봐줘
풀이라 불러줘
나는 죽기 직전에
꽃을 피우는 풀이야
꽃잎은 노랗고 볼품없지만 내 이름을 불러줘
일생에 단 한 번 피우는 마지막 작품이야
예쁘다 한 번만 말해줘
톱질을 거두고 기다려줘
조금만 있으면
꽃을 피울 거야
이것 봐 꽃잎을 틔웠어
이건 꽃이야 나는 풀이야 예쁜 꽃이야
알아주지 않으면 안 돼
난 이렇게 너희들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걸
내 이름을 불러줘
나는 풀이야
나는 아름다운 꽃이야
죽기 전에 불러줘
나는 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