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면서 좋아하는 취미 두 가지를 발견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걷기와 글쓰기다. 이 두 가지는 홀로 즐길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길 수도 있다.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도 많이 줄어 들었고, 스스로도 모임을 많이 자제하고 있다. 늘 하던 일상에서 한 가지 일만 더 해도 몸이 피곤하다고 신호를 보내온다. 그래서 가급적 일상을 벗어난 모임이나 일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홀로 놀고 즐기는 방법을 찾고 실행에 옮기며 자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걷기는 취미이자,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가장 잘 하는 일이다. 걷기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걷는 것이 습관화되어 언제든 편안하고 즐겁게 걸을 수 있다. 걷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최근에 하루에 10km 걷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매일 그 거리를 채울 수는 없지만, 주 단위로 계산해 보면 얼추 목표를 채우고 있다.
어제는 집에서 상담을 마치고 늦은 오후에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 좋은 코스가 있어서 그 길을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집 주변에 몇 개의 코스를 정해서 그날의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 한 코스를 결정해서 걷는다. 어제 걸었던 길은 매봉산 자락길, 문화 비축기지, 희망의 숲길, 월드컵 공원을 거쳐 집으로 오는 길로 약 11km 정도 되는 길이다. 오늘은 서울 둘레길 길 안내를 하는 날인데 비가 많이 와서 양재 시민의 숲을 지나 신사역까지 약 8km를 걸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날씨와 상관없이 걸을 수 있는 습관이 몸에 익었다. 몸에 익기까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일단 익으면 몸이 먼저 걷기를 요청해 온다.
힘들었던 시기에 뛰고 걸으며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걷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다. 걷기 동호회 가입한지 만 8년이 지나고 있고, 지금도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 길 안내를 시작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침묵, 수다, 종소리 명상을 걷기 프로그램에 포함시켜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금년 6월부터 격주간 서울 둘레길 길 안내를 하고 있다. 동호회 안내를 하며 나는 이 길을 세 번을 걷게 된다. 먼저 답사를 한 번 다녀왔다. 길 안내 일주일 전에 다시 한번 답사를 하고, 회원들과 함께 걷는다. 아는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길 안내를 하는 일도 좋은 취미이자 놀 거리이다.
7월부터 개인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WMC 걷기 프로그램을 월 1회 진행하고 있다. WMC는 걷기(Walking), 명상(Meditation)과 상담(counseling)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즐겁게 얘기하고 걷다가 일정 구간을 침묵 속에서 걷고, 침묵 걷기 마친 후 종소리 명상을 하고, 그날의 느낌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진행에 어려움이 있어서 10명 이하로 인원 제한을 하고 있다. 9월부터는 침묵 걷기 위주로 프로그램 내용을 조금 변화 주려고 한다. 걸으며 몸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침묵 걷기 시간을 한 시간 이상으로 늘릴 생각이다. 침묵 속에 걷기를 하며 몸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이다. 연말까지 이 프로그램을 시험 운영하며 방법을 수정한 후에, 내년부터는 월 2회로 횟수를 늘려 진행할 계획이다.
이 외에 WMC 8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심신 치유 프로그램으로 동일 집단을 대상으로 8주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은퇴/퇴직자, 구직자, 직장인, 주부, 청소년, 경력 단절 성인 등 동일 집단을 구성하여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다. 걷고, 성찰하고, 명상하고, 느낌을 나누며 서로 배우고 공감하며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걷기 상담을 준비하고 있다. 금년에는 몇 명과 시험적으로 상담을 하며 내년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내담자와 걸으며 상담하고, 중간에 침묵 걷기도 하고 종소리 명상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걷기, 명상, 상담을 접목한 개인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월 1회 서울 둘레길 길 안내를 하여 서로 길동무가 되고, 걷기의 생활화로 심신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와 나눌 수 있고, 그 나눔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걷기에 내게는 이런 조건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좋은 도구다.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코리아 둘레길 2,500km를 3, 4 개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은 일이다. 텐트를 들고 다니며 길에서 먹고 자고 걸으며 홀로 이 길을 모두 걷고 싶다. 매일 걸으며 느낀 글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나중에는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여 걷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권유하고 싶다. 나는 ‘걷기를 홍보하는 걷고’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