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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다섯 가지 생활지침

by 걷고

성철스님께서는 일반 신도들에게 다섯 가지 생활 지침을 당부하셨다고 한다. “손에는 일을 줄여라, 몸에는 소유를 줄여라, 입에는 말을 줄여라, 대화에는 시비를 줄여라, 위에는 밥을 줄여라.” 큰스님의 말씀이시니 반드시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해석하고 정리해서 마음속에 담아 두고자 한다.


‘일을 줄여라’라는 말씀은 생활의 단순화를 말씀하신 것 같다.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마음이 차분하고 정돈이 되어 있으면 하나하나 정리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산만하면 한두 가지 일도 벅차고 제대로 해 낼 수가 없다. 마음이 정돈되기 위해서는 평상시 마음과 생활을 단순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불교에서는 오계(五戒)를 중요시한다. 살아있는 목숨 죽이지 말기, 주지 않은 물건 탐내지 않기, 바르지 않은 성행위하지 않기, 거짓말하기 않기, 과음하지 않기. 일상에서 이 다섯 가지만 잘 지키고 있으면 마음이 산만 하거나 거칠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계(五戒)를 지키면 마음이 안정(定)되고, 안정이 되면 지혜(慧)가 열린다고 한다. 일상 속에서 계를 잘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활이 단순화되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굳이 많은 일을 만들지도 않고, 주어진 일에는 집중할 수 있으니 좋다.


‘몸에는 소유를 줄여라’는 말씀은 자신을 드러내지 말고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말씀인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아침 외출하기 전 치장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예전에 월정사 단기 출가 시 삭발을 한 적이 있다. 세수하며 머리를 한번 비누로 문지르면 된다. 머리를 따로 손질하거나 빗질하거나 샴푸를 쓸 필요조차 없다. 또한 휴대전화와 지갑을 포함한 모든 소유물을 절에 맡기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홀가분할 수가 없다. 모두 같은 수련복을 입으니 옷차림에도 신경 쓸 일이 없다. 굳이 내 몸을 가꾸는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 자연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데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입에는 말을 줄여라’라는 말씀은 ‘입이 만사의 화근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월정사 단기출가 시 묵언을 지켜야 하는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서로 얘기를 하게 되면서 불평도 하고 서로에 대해 불편한 마음도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수행의 장’이‘성토의 장’이 되기도 한다. 묵언을 하게 되면 일어나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거두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가 있다. 또한 말이 많을수록 실수를 할 확률도 높아진다. 실수로 인해 후회하게 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마음이 밖으로만 향하게 된다. 마음이 분주해지면서 점점 단순화와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화에는 시비를 줄여라’는 말씀은 우리 중생들의 말속에는 칼이 있다는 말씀인 것 같다. 중생의 특징 중 하나는 비교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거나, 타인을 질투하는 마음이 있는 점이다. 일단 다른 사람에 대해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좋은 얘기로 시작을 해도 대부분 마무리는 좋지 않은 얘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 선사의 좌우명이 ‘막평타인(莫評他人) 부긍자기(不矜自己)’라고 한다. ‘타인에 대해 평가하지 말고, 자신을 자랑하지 마라’는 말씀이다. 선사께 평생 좌우명으로 삼으셨다고 하니,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다. 성철스님께서도 말이 시비의 근원이라는 의미를 말씀하신 것 같다.


‘위에는 밥을 줄여라’라는 말씀은 과식을 경계하라는 말씀으로 해석된다. 식사를 많이 하면 졸음이 와서 공부에 방해가 되니 조심하라는 말씀이다. 예전에 절에서 발우 공양을 할 때, 배가 고파 음식을 잔뜩 담아서 다 먹느라 고생했던 적이 있다. 배고픔이 가져온 음식에 대한 탐심이 만들어낸 고통이다. 결국 탐심을 줄이고 마음을 단순화하여 마음공부에 집중하라는 말씀이다.


글로 정리하다 보니, 다섯 가지 생활지침은 모두 마음공부를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마음의 단순화와 연결이 되어 있다. 마음공부는 외부로 향한 마음을 돌려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공부의 목적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게 된다. 지옥 같은 세상이 극락으로 변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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