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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Mar 02. 2024

<금요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 6회 차 후기>

글로 맺어진 인연

마음챙김 걷기를 매주 금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서울 둘레길을 15개 구간으로 나누어서 매주 이어서 걷고 있다. 그간 참석했던 분들은 대부분 지인들이나 밴드 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고 오신 분들이다. 현재 구독자 수가 2,500명 정도 된다.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꾸준히 읽고 계신 거 같아 고맙기도 하다. 최근에 걷기를 진행하며 나의 글을 꾸준히 읽고 있는 분들을 만나니 신기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누군가를 위해 쓴 글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쓴 글도 아니다. 그저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 기록을 남기고 싶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sns에 올리니 누군가가 그 글을 읽고  가끔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오기도 한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글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이 참 많이 변한 거 같기도 하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방식이 대면에서 온라인으로 변화된 세상을 실감하기도 한다.      


법정 스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은 100프로 믿지 못하지만, 당신의 글은 100프로 이상 믿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말은 간혹 실수할 수도 있지만, 글은 여러 번 수정 과정을 통하기에 표현에 대한 진실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 sns에 글을 올리며 스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가끔은 감정에 휩쓸려 표현이 과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글 올리기 전에 여러 번 수정을 하며 표현을 순화시키기도 한다. 누군가에 대한 불평과 비난도 수정 과정을 통해 그 원인을 자신의 내부에서 찾으며 성찰하는 기회로 만들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마음 정원을 가꾸는 일이라는 생각을 글에서 밝힌 적이 있다. 글을 쓰며 마음속 쓰레기를 청소하고, 잡초를 뽑아내고, 피어오르는 꽃에 물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글이 인연이 되어 길동무들이 찾아와 함께 걷고 즐겁게 수다를 떨며 지내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어제 처음 걷기 모임에 참석하신 분은 나의 글을 읽으며 상상한 나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키 작은 점잖은 노인네의 모습을 상상하셨던 것 같다. 그 말씀을 들으며 유쾌하게 웃었다. 꽤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상상하셨던 것 같다. 실망시켜드려 한편으로는 송구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자신의 내면 성찰을 글로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마음속으로 지었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과연 나는 나의 글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은 쓴 후에 수정하며 진실성에 위배되지 않는가에 대한 자가 검열을 하는 편이어서 말보다는 실수할 확률이 적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쓴 글은 쓰는 순간에 매우 진솔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비록 가끔 나의 글과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한 편이다. 가끔 나의 마음속 생각과 다른 말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운 적도 있다. 농담을 한다고 하는 말이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모임에서는 말하기보다는 주로 들으며 웃는 편이다.      


침묵 속에서 걷기도 하고 수다를 떨고 웃으며 걷는다. 제법 쌀쌀한 날씨고 바람도 강하지만, 대신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바람을 뚫고 들리는 작은 새소리를 듣는 즐거움도 있다. 옷 위로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느낄 수도 있다. 바람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잠재우기도 한다. 소리는 소음이 되기도 하고 명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소리 자체는 잘못이 없다. 다만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괴롭기도 하고 평온해지기도 하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 대상, 즉 보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 맛보고 있는 것, 피부에 닿는 감촉, 마음에 떠오르는 대상, 냄새 등은 아무런 죄가 없다. 다만 그 감각대상에 감정을 실으며 행복과 불행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 길을 걸으며 침묵 속 걷기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침묵 속에서 걸으며 발의 감각에 집중하고 소리에 집중하며 마음의 소음을 가라앉힐 수도 있고, 떠오르는 감정을 다스릴 수도 있다. 가끔 거슬리는 비행기 소리나 차의 경적 소리는 거슬리는 마음을 살피라는 경고 신호등이다. 이때 소리는 스승이 되기도 한다.      


마음챙김 걷기에 관한 생각을 정리 중에 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마음챙김 걷기의 취지를 참석자들에게 알려서 단순하게 모여서 걷고 떠들고 즐기는 시간보다는 마음을 챙기고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30분 정도의 침묵 걷기를 두 번 하는 원칙만 지키고 있다. 마음챙김 걷기에 관한 설명회를 3월 15일에 진행할 계획이다. 자료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 설명회를 통해서 참석자들이 ‘마음챙김 걷기’에 관한 마음을 챙기고 걷기 모임에 참석해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걷고의 걷기 학교’는 일반적인 걷기 동호회와는 다르게 운영하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다. 걷고 성찰하며 길 위에서 또 길에서 만나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가꾸어나가는 모임이 되기를 기원하며 그런 모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글로 맺어진 인연이 도반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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