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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Mar 05. 2024

걸어야 살 수 있다

들어가는 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걷기를 통해 힘든 시간과 상황을 견디고 극복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지금 힘든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삶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또 개인마다 처한 상황으로 인해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삶이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고 싶다. 힘들다고 집 안에만 머물고 있거나, 술이나 여타 중독에 빠져 살고 있거나, 좌절 속에서 매몰되어 살지 말고, 문 밖으로 나와 걸으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을 잇는 실크로드 12,000 km를 4년에 걸쳐 걸었고, 그 내용을 담은 책이 ‘나는 걷는다’로 발간되어 걷기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도 정년퇴직과 부인의 죽음으로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려는 순간에 문 밖으로 뛰쳐나와 걸었다. 집에서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2,325 km에 달하는 길을 걸은 후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쇠이유’라는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2017년도에 산티아고 길을 걸은 후 프랑스에서 그를 만났을 때 구순을 앞둔 연세에도 퇴직자를 위한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살기 위해서 또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걸었다. 결과적으로 걷기가 그를 살렸고, 그의 인생 2막은 지금도 활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길 위에서 길을 발견할 수 있고, 길을 걸으며 숨을 쉴 수 있다. 걸어야 살 수 있다.   

   

국내 걷기 열풍은 2000년대에 시작되었다. 제주 올레길 일부 개통이 2007년에 시작되었고, 2022년도에 총 437km에 달하는 모든 길이 열렸다. 2011년도에 총 71.8km에 달하는 북한산 둘레길 조성이 완성되었고, 2014년 11월 15일에 개통된 157km에 달하는 서울 둘레길은 서울 시민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코스다. 각 지자체마다 둘레길을 조성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월간 ‘산’이 창간 50주년 기념 특집으로 한국 리서치에 의뢰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62%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이나 트레킹을 한다고 나왔다. 4,200만 성인 인구 중 2,600만 명이 등산하거나 트레킹을 한다. 인구 분포를 살펴보면 60대 이상이 77%로 1위를 차지했고, 40대가 58%로 2위, 30대가 54%로 3위를 차지했다. 한 가지 큰 변화는 월 1회 이상 트래킹 하는 인구가 전체 성인의 51%로 등산 인구가 차지하는 48%를 추월했다는 사실이다. 힘든 등산보다는 비교적 걷기 편하고 운동에도 도움이 되는 트레킹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왜 걸을까? 서울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의하면 62%가 건강을 위해 걷고, 뒤를 이어 자연 감상, 휴식, 친목 도모 순으로 나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트레킹을 한다는 것이다. 건강 외에도 걷기 자체가 좋아서 걷는 사람들도 있고, 산과 들을 걸으며 느끼는 여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용한 다양한 취미 생활이 있지만, 성인 인구의 62%가 월 1회 이상 걷는다는 것은 그만큼 걷기가 주는 효과가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과연 걷기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미국 오스턴 텍사스 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에 의하면 30분만 좀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우울증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오레곤 보건과학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꾸준한 걷기 운동을 하면 심장마비 위험을 37%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걸으면서 체내 지방이 연소되어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15분 이상 걷게 되면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12주간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평균 주 2 - 3회 이상 약 12km를 걸었을 때 허리둘레는 평균 1.5cm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평균 수축기 혈압이 떨어졌고, 혈당과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는 중성지방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심리학과의 커크 에릭슨 박사에 따르면 1년 동안 활발한 걷기 운동을 하면 뇌의 해마를 키울 수 있어 노화로 인한 기억 장애 개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규칙적으로 걸으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자율 신경 작용이 원활해지면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햇볕도 쬐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걸으면 다리와 허리의 근력이 증대되고 뼈의 밀도가 유지되어 골다공증 예방 효과가 있다. 걷기는 단순히 신체적 건강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인지 회복과 심리적 안정에도 효과가 있다. 몸, 마음, 생각이 우리를 만든다. 걷기는 우리를 온전하게 만들어 주는 아주 쉽고 편안한 방법이다.       


걷기 동호회에서 12년 이상 걸으며 길 안내자로 활동했다. 처음 동호회에 나올 때에는 말수도 적고 표정도 어두웠던 분들이 시간이 지나며 밝은 표정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신장 이식 수술한 어떤 분은 열심히 걸어서 체력을 회복한 후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다. 위암 수술을 받은 후 건강 회복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국내외 트레킹 코스를 걷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분도 보았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자식을 지켜보며 그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 걷는 분도 만났다.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업 실패 후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걷는 사람도 보았고, 퇴직 후 지친 심신의 회복과 인생 2막 준비를 위해 걷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걷기에 나온 분들은 단순히 걷기가 좋아서 나온 것이 아니고 개인마다 아픈 사연과 이유가 있다. 이 글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그들의 걷는 이유를 듣고 정리한 책이다.       


면담자를 찾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단순히 많이 걸은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을 취재하기보다는 알고 지내며 함께 걸었던 사람들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걷기 동호회 회원들이나 지인들 중에 꾸준히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획 의도를 밝히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자신의 아픈 과거가 노출되는 것이 불편해서 인터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인터뷰 후 글을 정리하여 검토를 부탁했는데, 가족들이 아직 자신들의 얘기가 공개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해서 올리지 못한 글도 있다. 면담자를 찾기 위한 공고를 SNS에 올렸는데,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글로 정리한 후 혹시나 잘못된 내용이 있을지도 몰라 확인을 위해 면담자에게 보내서 두세 번 정도의 수정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 글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시간을 내여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초안을 꼼꼼하게 검토해 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준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과연 걷기란 무엇일까? 나는 왜 걸을까? 우선 걷지 않으면 몸이 찌뿌듯하다. 반면에 걸으면 에너지가 충전되며 몸에 활기가 생긴다. 걸으면서 심리적 부담을 덜어낼 수도 있다. 사람들과 불편한 일이 생겼을 때 대응하지 않고 한 시간 이상 걸으면 마음의 그림자는 대부분 사라져 버린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걷기를 통해 치매 예방을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도 건강해지고. 자연과 벗하며 사계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잠도 잘 오고, 식사도 맛있고, 길동무를 만나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외롭지 않고 즐겁다.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데 굳이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왜 걷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프랑스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정신적인 시련은 걷기라는 육체적 시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말은 취재를 했던 사람들의 경험과 일치하고 있다. 그들은 시련을 극복하며 살아나갈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런 자신감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더욱 활기찬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행복의 열쇠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걸으라고 권하고 싶다. 티베트어로 사람을 뜻하는 의미가 ‘걷는 자’라고 한다.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또 사람이 되기 위해서 걸어야 한다. 걸으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행복한 삶을 원하는가?,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책을 덮고 문 밖으로 나가서 걸어라. 걸으면 길 속에서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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