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정신병원'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섬뜩했다. 미디어는 매번 감옥 내지는 폐가로 표현했고, 실제로 강제입원을 처벌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뉴스에서 왕왕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작 나에게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펄쩍펄쩍 뛰었다. 고등학생 때 가족상담을 받다가 입원을 권유받은 케이스였는데, 모두가 괜찮다고 설득하는 상황에서 나만 정신병원을 극도로 싫어한 것이 화근이었다.
청소년이던 나에게 병원의 이미지는 전등의 불이 깜빡이다 꺼지고, 병실의 문은 쇠창살로 되어 있어 철컹 소리가 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이 씻어야 하는 무서운 합숙소 그 자체였다. 환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다 나에게 욕설을 퍼부을 것만 같았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병원 선생님들은 세상 못된 사람이라 환자를 때리고 호통치는 장면도 함께 떠올랐다. 정신병원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철석같이 믿은 탓에 병원은 음침하고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치료 시기를 놓쳤다.
그런 내가 정신병원에서 하얀색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려 오는 병실은 일터가 되었고, 병원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중•고등학생 환자는 내가 설득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환자보다 내가 더 병원을 무서워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온 이유는 딱 하나이다. 1년에 1,000시간의 실습을 받으면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자격이 주어진다. 나는 자격증 하나만을 바라보고 엄지손가락 지문을 찍고 폐쇄병동의 문을 활짝 열었다. 깜빡이는 전등과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