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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 Nov 23. 2020

모든 도전은 옳다

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선생님은 선택 장애가 매우 심한 사람이었어. 친구랑 놀러 갈지 말지, 시험 기간에는 어느 과목부터 공부해야 하는지 모든 결정은 힘들었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욕심이 많아 어느 것도 놓치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아. 또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래서 결정을 내릴 때 여러 기준에 맞춰 비교해보는 습관이 생겼어. 내 선택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충분히 생각해 보기 위한 과정이었지. 그런데 마이너스가 확실한 내용인데도 자꾸 마음이 끌리는 경우가 있었어. 그럴 땐 내 마음의 소리를 따랐어. 그 대신 다짐을 했지.


 이 선택을 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다.


정말 후회는 없었어. 내가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도 컸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어. 선생님이 선택한 가장 큰 도전은 역사교육과를 간 것이었어. 주위에서 국영수 주요 과목을 선택하거나 사범대학 외에 다른 계열에 진학하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마음의 갈등이 컸어. 더 좋은 대학이 탐나기도 했고, 역사교육과를 선택했을 때 보장받을 수 없는 미래도 두려웠어. 대기업에 취직해서 받는 연봉에 관한 이야기, 주요 과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과목의 서러움에 관한 이야기,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인생이 어떻게 그려질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순간이었어. 그래도 선생님은 역사교육과에 진학 하기로 해. 



역사교육과 진학은 선생님 인생을 결정한 가장 큰 선택인 것 같아. 선택이라는 표현보다 도전이 더 적절할 것 같아. 그 선택을 한 나는 이룰 수 없는 가능성의 것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역시나 역사 선생님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 정치에 영향을 받는 과목이라 정권에 따라 모집인원은 널뛰었고 마침 선생님이 졸업하는 시기는 암흑의 시간을 지나고 있었어. 합격하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내 얘기로 보이지는 않았어. 나는 역사가 무엇인지 계속 답을 찾는 중이었고 그 답을 찾아위해 헛 손질만 하는 중이었어. 그래서 였을까 나답지 않게 후회도 많이 했어. 하지만 변하지 않는 생각 한 가지는 이걸 선택하지 않았을 때 더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리더라도 끝까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는 거였어. 


선생님이 한 최고의 도전은 역사교육과에 진학한 거야.


어찌 보면 너희도 이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을 해야 할 때가 왔어. 두려움도 크고 무엇보다 막연함에 힘들기도 할 거야. 그럴 때마다 너희 마음의 소리를 들어봐. 내가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마음 속에 그려봐. 그리고 용기를 내봐. 지금이 바로 도전할 때야. 나이를 먹을 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어려워져. 지금까지 오랫동안 살아 온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그러다 보니 무모한 도전은 피하게 되지. 하지만 선생님은 언제나 지금이 도전할 때라고 생각해. 그 나이가 몇 살이 되었든. 


 실패하더라도 모든 도전은 옳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는 너희가 되었으면 좋겠어. 인생의 시작점부터 편안한 길을 따라간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생이 될 거야. 조금 지루해도 편안한게 좋다고? 그런 선택을 하더라도 언제나 너희의 생각을 존중해. 도전에 관한 선생님 이야기도 한 켠에 남겨줘.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떠올려줘. 사랑하는 아이들아 어떤 길을 가더라고 선생님은 너희를 응원한단다. 오늘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고 수고많았어. 잘가렴. 안녕. 


2020.11.23. 도전을 즐기는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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