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행복해지고 싶다는 강한 소망이 있었지. 어릴 땐 그랬어.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마냥 즐거운 날들이 계속된다면 그게 행복한 거라 생각했었어. 반대로 말하면 나는 어릴적에 행복하지 않았어. 내가 한 행동들과 상관없는 여러 상황들이 나를 힘들게 했어. 어릴 땐 내가 결정하지 않고 귀속된 지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어. 나를 이유없이 싫어하는 끔찍한 할머니와 인연도 끊고, 끊임없이 다투는 부모님과 계속 되는 경제적인 문제 등 이런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자유롭게 날아다닐 것 같았고 그러면 행복할 수 있다 생각했었어.
내가 자유롭게 날 수 있을 때도 행복은 찾을 수 없었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난 내가 싫어하던 나의 역할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어. 부모님도 잊고 밤낮없이 친구들과 놀러 다녔고, 끔찍해하던 친척들의 전화는 모두 받지 않았어.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친구도 있고, 새로만난 재밌는 친구들과 시간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시간이었지. 그런데도 난 행복하지 않았어. 내 불행은 모두 그것들 때문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없어진 후에도 행복하지 않았어. 이상했어. 왜 난 계속 슬프고 불행했을까.
행복은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어쩌면 내가 가질 수 없이 멀리 있는 것 처럼보여서 더 간절했던 게 행복이지 않았을까? 멀리 있다고 느꼈을 뿐 실제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것이 행복이 아니었을까 싶어.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이 만든 불행 때문에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던 이상향을 그리며 살아온 건 아닐까? 행복은 순간적인 감정이었을 뿐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선생님은 아무런 고민도 감정의 동요도 없는 상태야. 만약 행복이 있다면 이렇게 찰나의 평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행복을 찾지 않아. 행복을 좇는 건 내게 돈 버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고 어른이 되는 시간 전부를 바친 일이었어. 이제는 마음의 평화만을 찾아. 그게 내 삶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기쁨인 것 같아. 행복을 찾는다는 거 반대로 지금 불행하다는 이야기 일 수 있어. 그러니 우리 억지로 행복을 찾으려 애쓰지 말자. 그냥 지금 이 순간에 기뻐하고 감사하자.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낸 너희들에게 박수를 보내.
수고 많았다 아이들아. 조심히 돌아가렴. 안녕.
2020.10.27. 평화로운 어느 날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