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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터진마돈나 Jan 03. 2024

에필로그.

끝이고 시작.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었다.

아쉬움과 슬픔을 작년이란 단어에 실어 보낸 2023.

이루지 못한 수개의 계획들이 다시 리셋되어 올 해의 계획으로 재탄생되는 시점이자 어제까지 절망이 해를 바꿔 입으며 희망이란 새 명찰을 달게 되는 신비한 날이기도 하다.


설날 아침 떡국을 먹으면서 11살 조카가 12살이 되었다며 좋아하는 걸 보고 바뀐 정권이 제일 잘한 '만 나이 통일법'을 들먹이며 아직은 만으로 마흔여섯이네 좋아하는 내가 참 웃프다.

까마득하지만 나에게도 저렇게 한 살 더 먹는 게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가장 속편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예전 어른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들을 어린 조카에게 그대로 들려주면서

나는 앞서 살고 있는 어른들의 말을 지금의 내 조카처럼 한 귀로 흘려보낸다.

결국,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것. 소귀에 경읽기다.


1월 1일이 되면, 지키지도 못할 새해 다짐을 애써 쥐어짜서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럼에도 급조한 새해의 다짐이 유독 반짝반짝한 이유는 아직 실패가 없는 신상 그 설렘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나.

나 역시 새해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맘먹은 대로 다 이루지도 못할 거.

신상 계획 그 새것의 기분으로,

엎어지면 또 다른 계획을 세우면서,  아득바득 애쓰지 말고 오늘 당장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그것만 하면서 살 기로.

작년보다 나은 삶이길 기대하는 희망으로 좌절이라는 지뢰를 피하기 위해 쳇바퀴처럼 뛰어야 했다면,

이제는 장기판 위에 놓인 내 말들이 다 쓰러지기 전에  '장이요'라도 한 번 불러보고 죽기로.

더 이상 의미 없이 고군분투만 하지는 않기로.

차라리 빅뱅의 노랫말처럼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살기로.

시골집에서 땅을 파먹고 살던,

잘생긴 총각과 애하면서 얼굴을 파먹고 살던,

지를 줍던,

사치를 하던,

집을 버리던,

남이 뭐라 수군대던.

나는 그냥 오늘 하루 '에라 모르겠다' 내 속 편하게만 살기로.

나는 올 한 해 딱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새벽녘, 잔뜩 센티해져서 쓴 일기장처럼 부끄러운

 연재의 글을 마치며,

없이 작아짐을 느낍니다.

갈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느긋이 둘러보며 천천히 걷겠습니다.

모두 숨 잘 쉬어지는 그런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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