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치장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맨 얼굴이 가장 예쁘고 십대라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데 그 시기엔 누구나 그렇듯 내가 너무 못생긴 것 같다. 끊임없이남들과 비교한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수십 가지도 말할 수 있다. 못마땅한 건 뭐 그리 많은지 늘 불평불만 투성이다.
아이가 보내는 하루를 보면 비효율적이고 시간 낭비 끝판왕이다. 속 터지는 행동을 보고 산 세월이 길다. 아마 내 몸안에는 울화가 굳어진 사리가 수두룩하게 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에는 화장하느라 한참 걸리고, 저녁에는 씻고 기초 제품바르고 머리 말리는 데만 몇 십분이 걸린다. 매일 저렇게 쓰는 시간들 합치면 책을 몇 권을 더 읽고 영단어를 외워도 수백 개는 외웠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딸이 나와 성향이 달라 힘들다는 신세한탄을 주제로 글을 썼는데 오늘 글감은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딸과 내가 공유하는 관심사도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바로 운동과 다이어트! 여자는 평생 자기관리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 하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는 스스로가 자기를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꾸미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먹으면 바로 살로 가는 중년의나이가 되어 다이어트와 운동에 시간을 쓸 수 밖에 없다. 십대인그녀는 식욕도 왕성한 나이지만 살찌는 건 싫으니까 운동을 한다. 나는 헬스장과 요가원, 폴댄스 등 비용을 치르고 운동을 하러 다니지만 그녀는 집에서 유튜브를 보고 홈트를 한다. (사실 필라테스 등록해달라고 했는데 비용이 부담되니까 그냥 집에서 하라고 했다)
그래도 유튜브의 순기능을 활용하면 온갖 유명 강사와 다이어트 자극제가 되어주는 멋진 롤모델들을 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멋진 사람들과 효과가 좋다는 방법들이 넘쳐난다. 원하는 부위별 운동을 골라서 할 수 있고, 오고가는 시간을 안쓰고, 집에서 편히 내가 원하는 시간에 운동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그렇게 책을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글 쓰려고 오래 앉아있는데도 그런 모습은 따라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들은 힘들고 귀찮아서 못한다는 운동을 시키지 않아도 매일 한다. 그래, 자기관리하는 습관, 틈내서 운동하는 습관이라도 보고 따라하니 다행이다 생각하자.
나는 홈트가 잘 안되고 현장에 가서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다. 그런데 상황상 헬스장에 가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은에라 모르겠다 하고 운동을 제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냥 누워서 쉬려고 할 때 딸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엄마, 홈트 같이 하실래요?"
잘 키운 운동 메이트가 있어 완전 럭키비키.
아들하고는 다시 헬스장을 같이 다닐건데, 딸이랑은 나중에 필라테스하러 가야지. 아니다.
뭔가 더 큰 목표가 있어야지.
운동해서 몸 만들고 셋이 같이 바디프로필 촬영하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딸이 대학 들어갈때쯤 하자고 해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