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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Dec 08. 2024

[100-91] E성향 엄마와 I성향의 딸

 딸과 나는 성향부터 다르다.

나는 적극적이고 사교적이고 활발한 E 성향이고, 딸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수동적인 I 성향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딸아이를 보고 있으면 답답한 면이 너무 많이 보인다. 딸은 이런 내가 버겁겠지. 그렇지만 먼저 살아본 인생 선배의 시선으로 봐도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바꿔주고 싶은(바꾸어야만 할) 부분이 많아서 자꾸 말하고 독촉하게 된다.

 

 "어휴~ 증말. 너는 왜 그렇게 소극적이니?"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 세웠어? 최소한 뭘 할건지는 좀 적어놓고 하나씩 체크하면서 해."

 "진짜 답답하다. 생각이 너무 없어. 정신 좀 차려!"

 "니가 그렇게 공부안하고 핸드폰 하며 빈둥대는 시간동안 다른 애들이 공부하고 책읽을 시간들을 생각해봐. 걱정도 안되니?"


 이것은 엄마의 잔소리, 즉 내가 아이한테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잔소리 아니 모진 말을 많이 하는 엄마다. 16살이나 된 아이가, 이제 곧 17살이 될텐데 여전히 같은 말을 계속 해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들을 보고 있으니 화가 났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생활 환경과 주거지도 바꾸었는데 생활 태도도 여전히 그대로인거 같고 생각보다 너무 낮은 내신 성적에 대해 나만 부끄러움과 속상함을 느꼈지 아이는 큰 타격이 없어보이니 울화병이 날 것 같다. 너도 타격 좀 받고 정신차리라고 상처 받을 말들을 더 쏟아냈다.


 하. 그러나 다 부질 없지. 결국 밤만 되면 굳이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자책감과 그래도 어른인 내가 더 보듬고 끌어 안았어야했다는 후회, 앞으로 더 잘할거라 믿는다는 긍정의 말을 많이 해줬어야 하나 싶은 아쉬움이 몰려온다. 엄마로 사는 일은 매순간, 매상황이 처음이고 버겁다.


 주중에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많았고 시국도 하수선하여 오늘은 좀 마음을 달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만사귀찮음병에 걸린 집순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려면 마음이 동할만한 매력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 고양이나 강아지가 있는 카페를 검색했고 사진을 슬쩍 보여주니 가겠다고 한다. 그래서 부여에 있는 '수북로1945'라는 곳에 갔다.


 적산 가옥을 활용한 곳인데 비탈진 공간에 여러 개의 건물이 있고 카페 건물은 오래된 서까래나 나무틀이 여러가지 자잘하고 언발란스한 소품들과 묘하게 어우러져서 사진을 찍으면 굉장히 감성적으로 담겼다.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분위기를 근사하게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강아지 2마리에 고양이도 4마리나 있다는 것이 그녀에겐 최대의 매력. 처음엔 동물들이 안보인다며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억지로 끌려온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에게 여기저기서 나타난 고양이들이 등을 부비고 품에 와서 안기질 않나, 꾹꾹이까지 해주는 애교 많은 냥이들 덕분에 세상 행복한 얼굴이 되었다.


 아기 때부터 겁도 없이 동네 길냥이들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만지던 아이,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키우고싶다고 조르다조르다 안되니 유기견 임시보호라도 하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내게 편지써서 부탁하던 아이다. 동물을 돌보고 만지고 감응하는 면에는 이렇게 적극성을 보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공부나 학교 생활도 좀 그러라고. 


 고양이를 키우자, 강아지를 키우자, 아직도 나에게 졸라대지만 엄마아빠는 완전히 전원생활 하게 되면 그때 큰 개를 키우겠다고 합의했다는 결정을 통보했다. (사실 나는 아주 쪼꼬미 아가 시절부터 키우고 싶다) 그러니 성인되서 독립하면 너는 너 하고싶은대로 냥이든 강쥐든 둘다든 책임질 수 있을만큼 키우면서 사세요~

엄빠는 지금 니네 둘 키우는 것도 몹시 힘들어요.

  


  주문한 음식과 음료도 맛있었고 동물과의 교감으로 흡족한 마음이 된 그녀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좀 풀렸다. 30분 운전해서 부여까지 온 보람이 있구나. 오늘 만난 동물들이 보고 싶다고 다음에 또 오자고 그녀가 먼저 조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날씨도 쨍하게 좋았고 기분전화하면서 서로 이야기도 좀 더 나눌 수 있어서 오늘 외출은 성공적! 딸 키우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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