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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Dec 07. 2024

[100-90] 마음이 들끓는다

  낮에는 그의 기자 회견을 보다가 또 혈압이 올랐는데 탄핵 부결과 국힘의 행태를 보니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단체 카톡에 정신이 없다. 지인들이 여의도에 가는 과정 동안 힘들었던 이야기, 현장의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SNS 게시글도 온통 현장에 참여한 모습들이다.


 부득이하게 시골살이중인 나는 마음은 그곳에 함께 있음을 애써 전한다. 수시로 폰을 붙들고 소식을 보느라 속 시끄러운 상태가 하루종일 지속되다보니 속에서 열불이 난다. 답답해서 장작과 종이를 태우며 불길을 쳐다보는데 이게 내 마음, 아니 국민들의 마음이겠구나 싶었다.


 화르르 끓어오르는 저 불꽃 같은...


 추운 날 또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게 하고, 외치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 비장하고 결연한 사람들의 모습도 감동적인데, 20-30 젊은이들도 많아졌다는 소식에는 결국 코가 찡해지고 눈물이 차오른다. 늘 희망은 있고, 힘들지만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한 사람은 나라와 국민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하고, 문학 작품을 읽는 붐을 일으켜 국민의 수준을 높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온 국민을 수치스럽게 하고 너무나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노벨상 수상에 가장 큰 몫을 차지했던 작품이 <소년이 온다>라고 알고 있었는데,

44년 만에

다시,

그것도 하필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해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니.

 

  

그나마 오늘의 위로 한 조각은 한강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언제나 차분하고 조용해서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깊고 아름다운 말들.



책을 덜 읽는 시대 문학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를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결정을 하기 위해서 애쓰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문학은 언제나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여자외에 타인의 내면과 고통을 공감할 줄 모르고 자기 내면을 깊이 성찰하지 않는 그, 말도 안되는 결정을 그런 식으로 내리는 걸 보니 문학작품을 읽지 않으면서 살아왔음이 틀림없다. 그래서 출판계도 그렇게 예산을 삭감하고 힘들게 했나보다. 다음 지도자는 꼭 문학을 사랑하고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 감응할 줄 아는 사람, 성찰할 줄 알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국민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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