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작가라는 직업은 너무나도 쉽게 사람을 유혹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사실은 깊고 넓을거면서 자주 잔잔한 윤슬과 반짝이는 별들을 표면에 깔아 사람을 현혹시킨다.
내게만 그런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다른 작가님들과 수강생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더라도 그렇다.
다음은 글이 사람을 유혹하는 단계들이다.
1. 오해하게 만든다.
어디에나 있기에 쉽게 쓸 수 있게 만든다.
'나도 한 번 써 볼까?' 생각만으로 우리는 펜을 집어 들어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
2. 칭찬 받게 만든다.
몇 번쯤 두각을 드러낼 기회를 주고, 반짝일 기회도 준다. 상을 준다거나 재미있다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게 만든다거나. 그런 반응에서는 정말이지 짜릿한 맛이난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 반짝인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었던가. 세상에 끊을 수가 없다.
3. 좀만 더 하면 될 것 처럼 만든다.
나랑 저 사람의 차이가 뭘까. 비슷한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든다.
4. 문장, 구조, 기획, 유행
알면 알 수록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내 손을 잡아 슥 아는 해양생물이 있는 세계에서 또 컴컴한 심해로도 끊임 없이 안내를 해 준다. 돌이켜 보면 좀 밉상이기도 하다.
5. 성과
하지만 그 과정들을 무사히 완수하고 나면 결국 작품이라는 완전히 내것인 결과물이 나온다. 그 결과물에 만족을 한 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슥 생각이 든다.
한 번만 더 쓰면 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오늘은 내가 경험한 쉬운 반짝임과 그 당시 내가 사용했던 작법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중학교 때에는 학교 벽과 화단에 내가 쓴 시가 걸려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논술로 수상을 했다. 대학교도 논술 전형으로 합격했고 SNS를 열어 1주만에 2천명의 구독자를 모으기도 했다.
그 페이지를 기반으로 몇몇 기업들과 콜라보를 할 하기도, 중, 고, 대학교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에야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졌지만, 그때는 컨텐츠, 인플루언서라는 말이 상용화 되기 이전의 시점이었다.
기획이 반.
나는 쓰기 전에 항상 무엇을 쓸지 먼저 기획을 하는 편이다.
내게 만약 10의 시간이 있다면 나는 와다다 쓸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획을 하는데에 쓰는 편이다.
나중에 퇴고를 하면 하더라도 나는 가진 시간의 대부분을 '발상'에 투자한다.
그때 내가 썼던 글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주인공]
주인공은 왜 안죽어?
주인공이기 때문에 죽지 않는 게 아니야.
그럼?
죽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되는거야.
?!
그러니까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네가 살아 있다는 건 네가 아직은 주인공이라는 거야.
멋지게 이겨내서 찬사를 받을 주인공?
그래.
다음은 가장 많은 팔로워를 얻었던 글귀이다. 이 글귀는 하나은행 이수역점에 걸려있기도 하며 많은 좋아요를 받았던 것 같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를 한 번 뒤집은 것에 불과하지만 주인공이라는 단어를 놓고 정방향, 역방향 등 다양한 방향으로 고민을 하며 많은 시간을 썼다.
다음은 긍정적인 메시지였다.
나는 말과 글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사명으로 글을 써 왔다. 의도한 것은 아니나, 돌이켜보면 재미와 선한 메시지가 내 컨텐츠의 큰 강점이었던 것 같다.
고된 업무를 마친 뒤 퇴근길에 소비하는 온라인 컨텐츠의 특성상 사람들은 가볍고 편안한 메시지를 얻고자 했던 것 같다. 물론 시니컬한 메시지는 사람의 머릿속에 한 번의 저릿함을 남기지만 만약 지속이 될 경우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이다.
그래서 나는 아래와 같은 글을 짤막하게 남기며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했다.
모두의 삶은 불행과 행복 사이에 있으니 어떤 방향을 보고 사는지가 삶의 만족을 결정한다.
그 결과 독자님들로부터 수 많은 감사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글을 읽고 다시 살고 싶어졌어요.
어머니께서 휴일 임에도 식당에서 일을 하고 계신데 덕분에 힘을 얻고 갑니다.
그 감사가 내 안에 자리를 잡아 계속 글을 쓰게 만들었다. 더 잘 쓰고 싶었다. 더 잘써서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낫게 만들고 싶었다. 종종 글을 쓰다 힘에 부칠때면 생각했다. 반드시 성공해야지.
나는 반드시 성공할테니까. 내가 겪은 이런 고통들도 나중엔 글의 소재로 삼아야지.
몇년 간 이어진 완벽하게 쓰고 싶은 마음이 나를 무너뜨려 이내 나를 응원해 줬던 사람들마저 완전히 잊게 만들때까지, 몸이 아파 내가 희망을 보지 못하게 되었던 때까지 나는 글을 썼던 것 같다.
글은 쉽지 않았다. 작가가 된 지금까지도 글은 내게 여전히 대하기 어려운 이성 같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꿈을 꾸는 내 자신이 좋다. 여전히 작가라는 직업은 그 모든 일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이니까.
혹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 하고 싶다.
글이라는 게 원래 사람을 한참 잠기게도 만드는 것 같다고. 나도 숨이 턱 막혔던 적이 있었다고. 그래도 우리 계속 써보자고. 조금 더 영웅담 처럼 말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도 아직도 되고 싶은 만큼의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으쌰 하자는 마음으로 같이 더 쓰자고 말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