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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Feb 25. 2021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인가?

효과적인 팀이라면 충족해야 하는 것

오늘도 와이프와 10살 된 딸이 싸운다. 그런 둘의 모습이 가끔 티키타카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음 주면 초딩 3학년이 시작되는데 아직 2학년 어휘 문제집을 반도 못 풀었다는 게 이유다. 딸아이는 유튜브를 좋아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을 직접 찾아서 본다. 영상 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글자가 많은 것은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휘 문제처럼  읽고 푸는 문제는 정말 하기 싫은 모양이다.  1학년 때 딸아이는 학교에서 매주 보는 받아쓰기 시험에서 대부분 100점을 받아왔다. 와이프가 매일 저녁마다 받아쓰기 연습을 시킨 덕분이었다. 내가 퇴근해서 집에 가면 짜증 난 얼굴로 엄마 옆에서 받아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100점 맞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거야"라며 도움이 안 되는 말을 한마디 하면, 딸아이는 만만한 아빠를 째려보는 것으로 화가 났음을 알려줬다. 지금은 엄마 아빠의 바람과는 달리 글자로 된 것을 읽거나 쓰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건지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의 성적만 좋으면 훌륭한 부모가 되는 것일까?


경력으로 입사한 모 팀장이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예전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정말 많은 일들을 했고 성과도 좋았다고 했다. 당시 새롭게 팀장으로 부임하면서 의욕적으로 팀원들과 새로운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 업무들을 체계화하면서 본인도 성취감을 느끼고 당시 상사로부터 인정도 받았다고 한다. 팀원들도 힘들어하긴 했지만 잘 따라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본인이 이직한 후에 그 팀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의욕적으로 만들어 놓았던 업무와 체계들이 지속되지 못하고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팀원들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들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실망한 것이다.

지금의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힘들어하게 된다. 중요한 일이다 보니 상사의 관심이 높고, 피드백이라는 이름의 간섭도 많아진다. 팀원들의 입장에서는 사람을 갈아 넣어서 일을 한다는 얘기를 할 만큼 일의 강도가 센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기 때문에 상사나 팀원이나 모두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노력해서 팀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의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일까?

하버드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해크만(Richard Hackman)에 의하면 효과적인 팀은 여러 차원에서 정의되어야 한다. 팀의 산출물, 팀원의 만족감, 그리고 지속가능성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단지 결과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팀이 만들어내는 결과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성취감, 그리고 미래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다 보면 함께 하는 팀원들의 직무만족도나 몰입도를 하락시키거나 당장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가치(예를 들어 팀원의 성장을 위한 투자)를 훼손시키기도 한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조직은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성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하는 사람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 그리고 조직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많은 조직에서 직원 몰입도나 직원경험 등을 점검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그것이 지속가능하도록 만들어 가는 노력들이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는 어떤가? 단지 아이의 성적만이 아니라 아이가 공부를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지, 앞으로 본인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려해줘야 좋은 부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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