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요

계속 신세 좀 질게

by 온택

2012년 대학교 4학년,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느 정도 취업에 자신은 있었다. 봉사활동 시간, 공모전 입상 경력, 다양한 대외 활동으로 인한 스토리, 적당한 어학 성적과 자격증, 학점 등 다른 학과 동기 들에 비해 나름 구색을 맞추어 스펙을 잘 쌓아왔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름 이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대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친해진 친구들 덕분이다.


뜻깊은 대학생활을 보내기 위해 뭉친 우리들은 열정이 남달랐다. 공동 목표를 위해 밤을 새 가며 자료 조사, PPT 제작,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등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캠퍼스 생활을 보냈다. 모두가 대학생활 동안 꽤 괜찮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건, 서로에게 좋은 동료이자 경쟁자 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기록을 세울 수 있는 데는 홈런 레이스를 함께 펼친 심정수의 존재가 컸던 것처럼 우리도 각자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의 역할을 했다.


2학기 때부터 우리는 수업을 마치면 다 함께 모여 자소서를 썼다. 서로에게 글을 보여 주며 첨삭을 하고 피드백도 해주었다. 그리고 기업의 채용박람회가 열리면 인근 대학교까지 가는 수고스러움도 마다 하지 않았다. 채용 시장이 오히려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너무 자만했던 것일까, 취업의 벽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 11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흔한 서류 통과되는 친구들이 많이 없었다. 간혹 대기업 서류가 터지면 인적성에서 떨어지거나, 다 통과해놓고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는 친구도 있었다. 쓰라린 패배감을 맛보았다. 결국 본인의 목표와 달리 어느 정도 하향 지원하여 빨리 취업을 하려는 친구들이 생겨났다.


"우리 이 정도 기업 가려고 그렇게 달려온 거 아니잖아? 후회 안 하겠어?"


쉽게 포기하려는 친구를 붙잡고 매달려 보기도 했지만, 각자의 사정과 판단이 있기에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물론 일부 친구는 목표 이상으로 잘 풀린 케이스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이대로 눈을 낮춰 멈추기엔 그동안 해온 것들이 너무 아깝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유일하게 나 혼자 취업 재수를 결심하게 됐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대학교 졸업식 날, 이제 직장인의 신분으로 함께 모여 다 같이 학사모를 던지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카카오톡으로 사진으로 건네받았다. 바보 같은 녀석들이 직장인이 되어 있는 모습 보니 자랑스럽고 뭔가 나까지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 뭔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제 정신을 부여잡고 상반기 취업 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졸업 유예를 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없어진 나 혼자의 취업 준비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곁에서 함께 기업 조사를 할 친구도 없고, 자소서를 봐주며 피드백해줄 친구도 없고, 함께 도서관에 나가서 공부해줄 친구도 없고 오로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해야 했다. 시간은 늦어지고 나이는 많아짐에 점점 조바심이 났다. 혼자서는 용기를 내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동안 내가 친구들이 있어 얼마나 의지를 했고 도움이 되었는지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2014년 11월, 함께 준비한 친구들보다 2년이나 늦은 시간에 그것도 눈 낮춰서 절대 안 간다는 그 기업에 굴복하고 취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써 표현한다면 잃어버린 2년이 되겠다.


오랜 기간 동안 취준생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느낀 것이 많다. '난 정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구나'라는 생각이다. 돌이켜 보면 나라는 사람은 시너지를 먹고사는 사람이었다. 혼자서는 무엇을 해도 자신감이 없고, 태생이 게을러서 목표를 실천하지 못했다. 하지만 함께 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마음 한편에 의지를 하게 되고 선의의 경쟁으로 능력이 상승했던 것이다. 그랬던 내가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더 구직활동을 해야 했으니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먼저 취업해서 직장 이야기를 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나는 언제나 외톨이였고, 응원차 밥을 사주는 친구들에게 언제나 마음의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생각해 보았다. 취업 재수를 결심했던 날, 그때 같이 재수를 하는 친구가 1명이라도 있었다면 나의 결과는 지금보다 나았을까?


어느덧 시간은 흘러 이제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직장인이자 가장이 되었다. 우린 가끔 퇴근 이후 함께 영어 회화 공부도 했고, 한국사 같은 자격증 공부도 했다. 혼자라면 절대 못했겠지만 함께여서 좋은 결과도 냈다. 우리는 이제 각자 다음 도전을 말하고 있다. 마치 취준생 때처럼 말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나에게 그래도 너희들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앞으로도 신세 좀 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