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택 Dec 15. 2020

위험한 초대

코로나에 결혼식 가기

 지난 주말 결혼식 두 탕을 뛰고 왔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 참석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괜히 갔다가 'XX예식장 확진자 발생! 방문자들은 보건소에 오셔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주세요'라는 문자를 받는 생각에 아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위험하게 참석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또 굳이 간다고 하니 축의금을 대신 전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뭐 이쯤 되면 내가 거의 총대를 메는 수준인데... 근데 결혼식 참석 자리가 총대 메는 모양새라니,  참 코로나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곤란한 마음을 알고 '가족 친지만 모시고 합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먼저 연락 주는 예비부부들도 있었다.  솔직히 이번에도 아내의 걱정을 덜기 위해,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 가족들이랑 한다고 연락 안 오려나?' 하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코로나로 인해 초대받은 결혼식을 불참 하기엔 나에게는 큰 마음의 빚이 있다.


 작년 6월, 나의 결혼식에서 기대치도 않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과분한 축하를 받았다. 나 따위가 뭐라고 귀중한 주말을 내어 자리를 빛내준 사람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그날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한동안 멍을 때렸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드는 생각은 ' 정말 평생 잊지 않고 보답해야겠다.'라는 것이었다.


 이번에 결혼식이 있던 지인도 내 결혼식 때 멀리서 찾아와 마지막 단체 사진까지 찍고 가준 이들이다. 그렇게 나에게 소중한 시간을 내어 준 만큼 나 또한 코로나를 무릅쓰고 그들의 결혼식에 간 것이다. 물론 방역 수칙에 맞게게 행동했다. 최소인원인 홀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식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식권 대신 봉투만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근데 집에 와서 봉투를 열어보니 2만 원이 들어 있었다. 순간 혼주 측에서 실수로 만원 한 장을 더 넣은 것 같아 이거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알고 보니 어려운 발걸음을 해준 하객들에게 감사함을 담에 1만 원을 더 넣어 준비했던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평생 축복받아야 할 자리에 이리저리 미루고 눈치밖에 볼 수 없던 예비부부와 혼주들. 봉투 2만 원을 보고 내가 느낀 고민보다 몇 배로 힘들고 마음고생 심했을 그들이라 참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 시기에 결혼한 부부들이여, 그들의 앞날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경상도 지역에선 식사를 못하시고 가시는 분들께 감사 글과 1만원이 담긴 봉투를 건내는 문화가 있다.(물론 식권을 받아 답례품으로 바꿔 갈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군대에서 배워온 쓸만한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