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해질 수는 없어

IMF 파이널 레코닝

by 혜아

알람이 울린다.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면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미국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오로라를 목격할 가능성이 낮지만, 인근의 사용자들은 오로라를 목격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날씨가 맑다면 하늘을 주시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작년에 설치한 My Aurora Forecast라는 어플인데,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으면 사용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준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서 오로라를 볼 가능성은 없지만 그럼에도 지난 여행 때 설치했던 어플을 아직도 지우지 않고 있다. 앱 내 위치를 캐나다로 설정해 두어서 대략 3~4일에 한 번씩은 이와 비슷한 알람이 울린다. 그럼 지금 어디선가 오로라를 볼 확률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플을 삭제하지 않은 이유는 언젠가 오로라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국가는 상관없다. 캐나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그 어디쯤이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오로라 알람이 세 번이나 울렸다.


어쩌면 이런 기대감이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인지도 몰라. 문득 생각했다.

꼭 오로라 같이 황홀한 풍경이 아니라도, 어디에 있는 무엇을 생각하든 아무것도 기대하는 것 없이 지낸다면 일상이 조금은 시니컬해지지 않을까. 어쩌면 되는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마음속에 떠있는 오로라 하나가 하루를 움직이게 하고 그러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에게 멋진 것이 온다는 것을 믿는 편이다. 그러니까 오로라 알람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과 몰입, 노력을 쏟아붓게 하는 하나의 장치와도 같다. 네가 보고 싶어 하는 오로라가 북아메리카 어딘가에 떠있으니 오늘 하루 헛발을 디뎠더라도 사소한 것에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주의를 들깨운다. 이건 원하는 것을 믿고 지금부터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선택하게 하는, 희망적인 성향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와도 같다.


오로라 알람 같은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있다. 29년간 이어져왔던 클래식 첩보 액션 시리즈가 올여름 피날레로 막을 내렸다. 미션 임파서블을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함이 가득한 액션 영화지만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위한 맥락과 서사는 2,400m 상공에서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액션신에 숨겨져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 영화는 지난 7편, 그리고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까지 끊임없이 관객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던진다.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은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에서 나오는 거야"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내일이 없는 것처럼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에단 헌트의 모습은 절박하기까지 하다. 대사 하나 없이 이어지는 20분간의 완벽한 시네마틱 장면을 통해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심연의 바다에서 기적을 경험한다.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이 파편처럼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무게중심을 잡고 파장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29년간 8편의 시리즈가 그렇다. 이게 진심이 아니라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사람이 보여주는 일체감 같은 것이 있다. 시리즈 초반부터 마지막 편과 같은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그는 항상 마음속에 생각해 왔다. 고공 점프, 카 체이싱, 절벽 위의 바이크 점프.
하지만 그건 톰 크루즈니까 가능한 거지 하고 생각해 버린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에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시니컬하게 팔짱을 끼고는 예술 작품이 품고 있는 중요한 단서들을 무시해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영화는 어떤 중요한 생각을 슬쩍 그러나 명백히 일깨워주며 인생의 골치 아픈 일들과 함께 있어주는 감각을 건네준다. 그 실마리를 통해 어리둥절해 있다가도 스스로 답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부드러운 자극을 받는다. 희망의 부재 안에서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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