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전해 내려온 비밀스러운 레시피로

에그타르트 최초의 상업화, 파스테이 드 벨렝

by 혜아


7화에서 이어집니다.


1837년 리스본. 제 기능을 잃어버린 어느 수도원 옆에 카페 하나가 문을 열었다. 수도사들에게 레시피를 넘겨받은 설탕 공장의 주인이 이 레시피로 만든 타르트를 상업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1837년부터 약 188년간 '파스테이 드 벨렝'은 같은 자리에서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약 200명 안팎의 직원들이 연중무휴로 근무를 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20,000개 이상의 '파스테이 드 벨렝'이 구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를 '파스테이 드 나타'라고 부르는데 이 카페에서 파는 에그타르트는 꼭 '파스테이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이라고 불린다. 카페 이름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이른 아침 파스테이 드 벨렝 앞에 도착했다. 19세기 건축물로 추정되는 평범한 외관의 카페 입구가 보였다. 단단하고 두꺼운 남색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운터가 마주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클래식한 블루 계열 위주로 곳곳에는 포르투갈 전통 아줄레주 타일이 붙어있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벽면의 거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아치형 천장을 지나쳐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생각지도 못했던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소박한 입구에 완전히 속았던 것이다. 어느 고전적인 호텔의 연회장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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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았다. 유지와 복원이 잘 되어 있어 오랜 시간 축적한 미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빈티지 가구들을 들여와 레트로한 감성만 표방한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낌이 존재했다. 어쩌면 장소에 서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루에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여행자들이 찾는 곳. 어딘가에서는 프랜차이즈화가 되었을까?

파스테이 드 벨렝은 리스본에서조차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에그타르트의 원조라고 하는 '파스테이 드 벨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오직 이곳뿐이다. 한 곳에서만 전통을 유지하는 이유는 극소수(약 6명)의 제과장만이 알고 있는 레시피를 보존하기 위해서고, 그다음은 퀄리티 유지를 위함이다. 일부 기계화된 공정을 사용하긴 하지만 대체로 반죽부터 구움까지 수작업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므로, 여러 개의 매장에서 일관성이 유지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가치에 뿌리를 두고 시대의 흐름을 겪어나가는 전통이 대단해 보였다. 그 철학 자체가 어쩌면 장소성에 기반한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벌을 쫓아다닐게 아니라 예쁜 꽃밭을 만들어 벌들을 모이게 하라는, 어디선가 들은 말이 떠올랐다.


자리에 앉으니 멋지게 차려입은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온다. "에그타르트 세 개와 따뜻한 커피 두 잔이요!"


새로운 곳에서 소박한 아침을 주문하는 순간을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통은 웃는 얼굴의 낯선 사람이 우리를 대하고 그건 왠지 새로운 도시가 환하게 반겨주는 느낌에 가깝기 때문이다. 단순한 대화가 오가는 짧은 순간이라도 마음을 열고 있으면 느낄 수 있다.


갓 구워진 파스테이 드 벨렝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서둘러 한입 베어문다. 약 200년, 그보다 훨씬 전에는 옆에 있는 수도원 안에서만 즐길 수 있던 간식이었다. 수도사들이 먹던 레시피 그대로의 에그타르트는 시중에 판매되는 것과는 달콤함의 정도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단맛이 은은하게 향처럼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딸기잼 가득 도넛이나 단팥빵처럼 달콤함을 입안에 가득 넣은 느낌이 아니라, 한입 두 입 베어 물었을 때까지 단맛이 숨어있다가 슬쩍 인사를 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에그타르트는 최상의 달콤함을 가진 디저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랜 고정관념이 깨지며 하루에 에그타르트 세 개는 거뜬히 먹고 다니는 여행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어쨌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언제 들어도 흥미로우니까. 사람들은 그런 타이틀을 가진 장소나 맛에 대한 실재 경험이 기대에 못 미쳐도 세계적인 명성에 그러려니 하곤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파스테이 드 벨렝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하고 채워지지 않은 빈 속을 움켜쥐고 나온다든가, 수많은 관광객들에 지쳐 불친절한 직원에게 불쾌함을 얻고 나오는 일 따위는 없는 곳이다. 적어도 내가 겪은 이곳의 느낌은 그랬다.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가 반죽하고 구워졌을 에그타르트와 커피 한잔은 합쳐서 3유로를 넘지 않았고, 아마도 대서양을 건너왔을 어린아이에게 오랜만에 만난 삼촌처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여행자를 대하는 그들의 다정한 일상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오래전의 이야기에 감탄하게 되지만 역사와 명성을 허울뿐인 울타리로 만들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감동이 느껴진다.



다음 편은 그 당시 제 기능을 잃어버렸던 수도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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