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

산동 처녀

by 소려


어쩌다

이곳에 온 거니


천 년 전

국제결혼이라니


넌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진한 사랑을 했을 거야



네 어미가 건네준 마른나무를 품고

너는 바다를 건넜니

천리 마른땅을 걸었니


나무에 꽃이 피기까지

네 가슴은 얼마나 시렸을까

헛된 사랑이라, 원망만 깊었을까


꽃망울이 터진 날

네 울음도 터졌겠지


나보다 먼저 꽃을 틔웠다고

매화가 시기하지는 않았을까

장하다고 등을 토닥였을까



네 고향이 산동이라고

구례에 산동 마을이 생겼다


매년 봄이면 사람들이

네 이야기를 듣겠다고

산동이 시끄럽다


끝나지 않은 네 이야기에

밤새 창문은 흔들렸고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토해낸 글 몇 마디가

무슨 한풀이가 될까만은


네가 품어 온 마른나무는

시목이 되어 봄을 품는다


헛된 사랑이 아니었음을

가지마다 매달린 노란 꽃들이

붉은 열매로 다시 다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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