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와 앉은 자리

by 소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더니.

휘몰아치는 일들을 끝내고 나니 코로나 확진.

일주일을 갇혀 지냈다.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와는 다른

‘할 수 없다’와 ‘해서는 안된다’ 사이의 극명한 간극.

코로나 후유증으로 상처 난 목과 부어버린 머리.

글들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다시 시작’을 반복하며 책을 들었지만

머리는 강하게 낱자들을 거부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생각의 고리가 끊어졌다는 거.

쓸모의 유무조차 따지지 않고

머리는 일상을 망각으로 주어 담았다.

그렇게 잔인한 4월이 사라졌다.


가정의 달, 첫 주를 마무리하고 오롯이 나로 앉은 자리.

어리숙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날 기다려준 나의 글들을 마주한다.

변함없는 나의 글들.

크지도 못하고 눈물만 똑똑 흘리는 녀석들이 안쓰럽다.

흐르는 건 시간.

허우적대는 마음을 걷어내어 ‘지금’에 담아본다.

부어버린 머리 덕에 어제는 어제일 뿐.

오월은 사라진 4월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꽃들은 피고 지고 나무들은 제 키를 조금 키웠다.

너희들의 4월은 어떠했을까?

다시 돌아와 앉은 자리,

나로 존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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