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지 않을지는 몰라도,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A. 저는 체력과 근력, 의지력이 모두 부족해요. 하지만 이런 제 삶에도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기 객관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에요. 저는 “내가 안 하게 될 줄 몰랐어” 같은 말은 하지 않아요. 그런 건 비겁한 게으름뱅이나 하는 말이거든요. 대신 “안 하게 될 줄 알았다!”라고 말해요. 이건 이성적인 게으름뱅이로서 하는 말이죠.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식의 말은 타인에게 건넬 때는 좋을 게 하나 없지만, 그 방향이 나 자신에게 향할 때는 자아 성찰과 발전에 도움을 주더라고요. 저는 저 자신을 잘 알아요. 잠에서 깨어 맑은 정신 상태에 놓이면 그때는 십중팔구 운동하러 가지 않을 거라는 걸요! 그래서 운동을 빼먹지 않기 위해, 아직 잠이 덜 깨 판단력이 흐릴 때 바로 비몽사몽 집을 나섰어요.
A. 어느 자기계발서에서 하기 싫은 일을 계속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의 단계를 줄이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읽었어요. 저처럼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운동하러 가기까지 거쳐야 할 일들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결심했어요. 아, 씻지 말자. 어차피 운동하고 나면 씻을 거잖아요. 물론 집에서부터 멀끔하게 씻고 나가서 운동 후에 또 씻는 분들도 있지만, 움직임만큼은 최상의 효율을 추구하는 저에게 ‘연달아 두 번 씻기’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아요.
A. 그럼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저는 옷을 고르는 행위 자체를 포기했어요. 입기 편한 원피스 몇 벌을 ‘수영장용’으로 정해 두고, 아침이면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머리 위로 옷을 뒤집어쓰고 출발했어요. 바스락거리는 재질의 당근색 오버핏 원피스가 제 유니폼이었죠. 그렇게 매일같이 자다 깨서 눌린 머리로, 당근 같은 원피스를 입고 스포츠센터로 갔어요.
초반에는 가능한 한 이런 모습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약간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어요. 하지만 데스크 직원이 제 존재를 인지하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어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매일 100명이 넘는 사람을 스쳐 보내며 반복적인 업무에 시달린다 해도 ‘송혜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주 3회 꼬박꼬박 거대 당근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는데 기억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요... 저 같아도 대파 같은 원피스를 입은 전지현 씨나 토마토 같은 티셔츠를 입은 손예진 씨를 매주 보게 된다면 기억할 거예요.
A. 제가 다니는 수영장은 평균 연령이 정말 높거든요. 청년회장이 60세인 동네라. 친구도 없이 한참을 동떨어진 막내로 다녔죠. 그러다가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저와 동갑인 친구를 발견했어요! 그때 생각했죠. 아,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이 여자를 원한다. 기필코 친구가 되고 말겠다.
사실 저는 은근히 타인과 거리를 두는 구석이 있어요. 그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대화하지만 정작 마음 깊이 친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죠. 하지만 수영장에서 만난 새 친구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가까워졌어요. 아무래도 ‘벗고 만난 사이’라는 점도 한몫한 듯해요. 초면에 함께 샤워하며 수다 떨 수 있는 사이는 흔하지 않잖아요.
같이 운동하는 친구가 생긴다는 건 제 생각보다 훨씬 멋진 일이었어요. 하루쯤 운동을 빼먹어 볼까 싶다가도, 친구에게서 “오늘 수영 갈 거지?”라는 연락이 오면 못 이기는 척 수영장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나란히 헤엄치는 즐거움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운동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어요.
이제 『침대 딛고 다이빙』의 서평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데요. 서평에서 기분 좋은 말을 봤어요. '책을 덮은 후 묵혀두었던 운동 도구를 꺼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의 자유 의지로!' 이 책에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길래, 운동을 싫어하던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걸까요? 『침대 딛고 다이빙』을 지금 바로 서점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