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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Jun 20. 2024

미라클 모닝? 제가 운동하기로 결심한 게 미라클인데요

수영 좀 배우고 싶었을 뿐인데!

브런치스토리에 딱 한 편을 업로드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출간 제안을 받은 전설의(?) 원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침대 딛고 다이빙>의 내용을

셀프 인터뷰 형태로 각색해 슬쩍 공개합니다 :>





Q. 수영은 배우고 싶다고 해서 다 배울 수는 없는 운동이라고 들었어요.

A. 네. 수영을 다녀야겠다고 말하니까, 제 주위에 있는 운동 좋아 인간들이 하나같이 이러더라고요. “진짜? 요즘 수영이 유행이라 등록하기 더 힘들 텐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어요. 운동에도 유행이 있다니... 그런 건 진짜 처음 알았거든요.


수영 강습에 등록하려면 새벽에 일어나 수영장 앞에 줄을 서야 한다는 후기들을 읽었어요. '수케팅'을 해야 한다니 갑자기 의지가 파스스 사라졌죠. 내가 운동하기로 마음먹은 것만 해도 미라클인데, 미라클 모닝까지 해야 하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운동을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Q. 그런데 당일 등록에 성공하셨다고요?

A. 운이 좋았죠. 일단 무작정 스포츠센터에 찾아가 등록일을 문의하기로 했어요. 회원 카드라도 미리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마침 신규 등록 기간이었던 거예요. 초급반에 자리도 두 개 남아있고요!


그때 깨달았죠. 아, 도시 사람들의 말만 믿고 수케팅을 걱정했다니. 내가 사는 곳이 깡시골이라는 걸 간과했구나! 제가 사는 동네는 한 다리만 건너도 다 아는 사이일 정도의 시골이에요. 경쟁이나 치열함과는 거리가 멀죠. 정원이 15명인 초급반에 사람이 거의 찼다는 게 더 신기한 일이었어요.



Q. 수영은 준비물도 꽤 많은 운동이잖아요. 준비하기엔 어렵지 않으셨나요?

A. 처음에는 수영복이랑 수모, 수경만 있으면 되니까 간단하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 단계인 수영복 구매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한 거예요! 수영복의 종류가 제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던 거죠. 하이컷, 미들컷, 로우컷, 3부, 5부…. 브랜드도 엄청나게 많았고 색상이나 패턴도 가지각색이었어요. 저는 그냥 제일 큰 수영 용품 사이트에 들어가서 제일 많이 팔리는 수영복을 사는 것으로 타협을 봤어요.


망사 소재로 되어 있어 물이 고이지 않는 수영 가방도 사고, 샴푸와 헤어트리트먼트, 바디워시는 수영 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새로 구매해야 했어요. 이렇게 준비물을 다 마련하고 나니 반나절과 20만 원이 홀랑 사라져 있더라고요. 운동에 큰돈 쓰지 않는다는 게 제 신조인데, 아차 싶었죠. 괜히 수영하겠다고 했나?



Q. 수영복을 입어보고 많이 당황하셨다고요?

A.  수영장에 등록하기 전까지 분명 수많은 장애물을 떠올렸어요. 수영장이 집에서 멀다, 물이 더러울 수도 있다, 수영복은 생각보다 노출이 심한 의상이다... 그런데 그 보기 중에 ‘수영복 입기’란 없었거든요? 말 그대로 시작부터 난관이었어요. 강습용 일체형 수영복은 입고 벗는 것 자체가 운동이더라고요!


어찌나 작고 쫀쫀한지 처음에는 내가 사이즈를 잘못 샀나, 혹시 키즈용을 산 건 아닌가 잠시 의심했어요.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등을 감싸는 끈을 요리조리 피해 몸을 욱여넣고, 쫀쫀한 천을 있는 힘껏 끌어당기니까 얼추 입어지긴 했는데, 이걸 매번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어요. 물론 나중에는 노하우가 생겼답니다!



Q. 수영장은 특유의 문화가 있잖아요. 낯설지 않으셨어요?

A.  처음에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수영장에 간 첫날, 탈의실에 들어가서 쭈뼛쭈뼛 옷을 벗고 있는데 회원 한 분이 나체로 다가와 말을 거셨어요. 아주 쾌활하게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몸을 가려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아, 그리고 이렇게 작은 동네의 공립수영장에는 일명 '고인물' 회원들이 많은데, 그 사이에 암묵적인 규칙이 있어서 은근히 눈치 보일 때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수영 강습 중에 누가 먼저 출발하고, 누가 제일 마지막에 가는지. 그런 순서도 정해져 있더라고요. 저는 프리랜서라 평일 오전 10시반을 수강했는데, 시간대의 특성상 중년의 여성 회원분들이 가장 많았어요. 20대는 저 하나였죠. 또래 친구가 없는 게 조금 외로울 때도 있었어요.



Q. 수영장에서 이상한 사람도 만났다고요?

A.  네, 누가 아빠와 같이 수영장에 다니는 저를 보며 '원조교제 불륜 커플'이라고 소문을 낸 적도 있어요. 허락도 없이 몸을 만진다거나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들이민다거나... 심지어 사이비 신도도 있었죠. 한 번도 수영을 배워 본 적 없는 초보라면서 초급반에 출석했는데, 알고 보니 매번 초급반에 등록해 전도하다가 시끄러워지면 잠적하고, 잠잠해지면 또다시 나타나는 상습범이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수영장 빌런을 마주하게 되어 출석할 의지가 조금 사그라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뭐... 이겨냈습니다! 혹시 텃세 때문에 수영장 등록을 망설이시는 분이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단체 생활이니 불화가 생길 수도 있고, 가끔은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똑같이 돈 내고 다니는 회원인데 주눅 들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수영장을 떠나면 안 볼 사람인 걸요.



Q. 신경 쓸 게 은근히 많네요. 그래도 수영을 추천하시나요?

A.  네. 수영장에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어요. 수영 첫날에 샤워장에서 낑낑거리며 수영복을 잡아당기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제 수영복을 쭉 잡아 올려주셨어요. 제가 당황한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하니까,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셨죠.


수영을 다니면 다닐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었네, 막상 경험해 보니까 별거 아닌데. 수영복을 입기 힘들다는 것도, 노출이 심한 운동이라는 것도, 텃세가 있다는 것도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나중에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더라고요.


제일 문제는 운동하기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마음이었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 오늘 운동 가지 말까?'라고 주저하는 마음이요! 저는 이 마음을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침대 딛고 다이빙>에 자세히 적어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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