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에 딱 한 편을 업로드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출간 제안을 받은 전설의(?) 원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침대 딛고 다이빙>의 내용을
셀프 인터뷰 형태로 각색해 슬쩍 공개합니다 :>
Q. 누워 있는 일은 자신 있으시다고요?
A. 네, 저는 누워 있는 걸 잘해요.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엄청 잘해요! 처음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건, “허리 아플까 봐 하루 7시간 이상은 안 잔다”라는 지인의 말을 들었을 때였죠. 저는 12시간은 물론, 14시간 수면도 거뜬한 사람이거든요.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아팠던 적은 있어도, 누워 있어서 불편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재능이란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을 뜻해요. 그러니까 굳이 더 자세히 따져 보자면 그 ‘일’이라는 게 거사인지 소사인지는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 거죠. 살아가는 데 있어 하등 도움 안 되고 그 어느 하나 유용한 구석이 없는 재주라 해도, 재능은 재능이에요. 다만 재능이 진정 빛을 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과 시대적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저한테는 수영장이 딱 맞는 환경이었어요. 누워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수영은 최고의 운동이거든요!
Q. 누워 있는 것과 수영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거예요?
A. 원래 헬스, 필라테스, 러닝을 할 때는 1분 1초가 힘겨웠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영장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중력에 축축 늘어지던 몸이 부력을 받으니 가뿐하더라고요. 수영을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하는 게 바로 ‘힘 빼기’예요. 바른 자세로 발을 차고 팔을 휘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몸에 힘을 뺄 줄 알아야만 잘 뜨고 잘 나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건 제 전문이에요. 저는 힘주는 걸 못하는 거지, 힘을 빼고 가만히 있는 건 제일 잘해요. 이 재능은 배영을 배울 때 특히나 빛을 발했어요. 힘을 빼고 천천히 누워보라는 말에 평소에 하던 대로 벌러덩 누웠어요. 과장을 좀 하자면 그대로 잘 수도 있을 것 같았죠. 애초에 힘 빼고 누워 있는 게 제 기본값인데, 그걸 못할 리가 없잖아요! 결국 선생님의 찬사를 받으며 하루 만에 배영 진도를 마쳤죠.
Q. 그래도 수영을 배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A. 네. 사실은 호흡을 배우는 것부터 힘들었어요. 음~파, 음~파 호흡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점점 숨이 차더라고요. 이상하게 “파”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마시려고 하면 공기는 안 들어오고 물만 잔뜩 먹는 거예요! 두 번 다 날숨만 쉬면 나는 언제 숨을 들이마셔야 하지? 싶어서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선생님. ‘음~’ 할 때도 숨을 뱉고 ‘파’ 할 때도 숨을 토하면 저는 숨을 언제 들이쉬나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어이없다는 듯이 이러시더라고요. “‘파!’ 하고 강하게 숨을 내뱉고, 얼른 다시 ‘흡’ 하고 숨을 들이쉬고 물속으로 들어가야죠. 지금까지 숨 안 쉬고 있었어요?” 저는 아가미도 없는 주제에 물속에서 자동으로 숨이 쉬어지길 바라고 있었던 거였어요!
Q. 처음에는 수영이 유산소 운동인 줄 아셨다면서요?
A. 분명 제 주위의 운동 좋아 인간들이 수영은 유산소 운동이니까 근력이 부족해도 배우기 쉬울 거라고 추천해 줬거든요. 저는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허벅지 근육을 하나도 준비해 가지 않았는데... 처음에 발차기를 배울 때 엄청 애먹었어요. 선생님이 “다리를 구부리면서 구르는 게 아니라 쭉 뻗은 채로 허벅지 힘을 써서 차는 거예요!”라고 하셔서요.
결국 다음 날에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듯한 기분으로 눈을 떴어요. 수영은 근육통이 없을 줄 알았는데, 걷기만 해도 허벅지 뒤쪽이 욱신거려서 바퀴 달린 의자에 의지해 하루 동안 요양을 했어요. 쉴 틈 없는 발차기에 따른 후유증이랄까요. 주 3회 강습을 등록했더니 조금 쉬나, 싶으면 또 고통받고, 이제 조금 낫네 싶으면 근육통 또 생기고... 고통의 반복이었죠.
Q. 주 3회 운동, 쉽지 않았겠는데요?
A.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주 3회라... 일주일은 7일이니, 쉬는 날이 더 많잖아? 할 만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산이었죠. 일주일 중에서 마음이 편안한 날은 토요일 하루뿐이었어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는 ‘오늘 운동해야 하는 사람’이,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어제 운동했는데 내일도 운동해야 하는 사람’이, 일요일에는 ‘내일 운동해야 하는 사람’이 됐으니까요!
밤이 되면 오직 운동하기 위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울적해졌어요. 침대는 제 몸과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는데, 포근한 이불속에서 빠져나와 '물속으로 풍덩 들어갈 다짐’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멀고 험한 코스가 침대에서 현관까지라는 말에 뼈저리게 공감했죠.
Q. 수영은 체력 소모가 심한 운동인데, 저질 체력으로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A. 네, 초반에는 킥판 없이는 떠 있을 수도 없었어요. 킥판에 몸을 의지하지 않았을 때는 격렬한 개헤엄과 극심한 체력 소진을 동반한 10M 전진 후 꼬르륵 침수하는 게 제 최선이었거든요. 25M 레인이 그렇게 긴지 처음 알았어요. 숨이 너무 차서 도저히 끝까지 갈 수 없었죠.
운동량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 강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전원이 꺼진 사람처럼 침대 위로 픽 쓰러졌어요. 몸이 ‘준비한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 오늘 영업 종료합니다!’라는 팻말을 내걸고 일방적으로 문을 닫아 버린 거죠. 수영을 시작한 초반에는 오전에 수영하고 돌아와서 해가 질 때까지 낮잠을 자는 이상한 스케줄이 계속됐어요.
Q. 수영이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에도 영향을 줬다고요?
A. 수영을 배우기 전까지는, 이 세상에 제가 잘할 수 있는 운동 같은 건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배영을 배우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순발력도 근력도 체력도 부족하지만, 이런 나도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구나. 그동안 찾지 못했던 것뿐이구나!
저는 '운동은 나랑 상관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침대 딛고 다이빙>을 집필했어요. 지금 제 이야기에 공감하신다면, 분명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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