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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길을 모를 때는 두근대는 마음을 좇아

이토록 황홀한 경로 이탈

by 송혜교




지구본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릴 적 우리 집 거실에는 세계지도 한 장이 붙어있었다. 나는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아 한참 동안 그 지도를 바라보곤 했다. 지도는 벽을 가득 채울 만큼 크고 나는 아주 작았다.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에게 거대한 지도란 온 세상을 항해하는 돛단배나 다름없었다.


내 취미는 모든 나라의 수도 이름을 살펴보고, 어느 것이 가장 긴지 비교해 보는 거였다.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 코테. 스리랑카의 수도 이름을 어찌나 읽고 또 읽었는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고스란히 외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 어른이 된 내 책상에는 지구본이 놓여있다. 언젠가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다. 지구본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 끓어오른다. 이 거대한 행성을 손안에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환희가 필요했을지 생각한다. 아주 먼 옛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모른 채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났을 모험가들을 떠올려 본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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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고 말하고 교육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열다섯에 중학교를 자퇴했고, 스물다섯에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에세이를, 한겨레에 칼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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