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도 없지만 작가가 되고 싶어!
알림을 보고 놀라서 펄쩍 뛰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안다는,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출판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었다. 첨부된 파일을 열자, 내 이름이 적힌 출간기획서가 담겨있었다. 계약의 개요나 출간 시기까지, 그 내용도 아주 구체적이었다. 말로만 듣던 대형 출판사의 기획 출간 제의를 나도 받게 된 것이다!
얼마 뒤에는 브런치북 공모전의 결과가 나왔다. 대상 수상자는 발표 일주일 전 미리 연락을 받게 된다는 글을 어디에선가 읽었다. 달력을 보아하니 역시나 이번에도 낙선이었다. 며칠 뒤, 예상대로 내 이름이 없는 수상자 명단이 올라왔다. 마음속으로 축하를 보내고 나니 괜히 풀이 죽었다.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되어가는데, 나는 언제쯤 반짝반짝한 저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다시 몇 주가 지나, 나는 노트북 하나 들고 지구 반대편으로 향했다. 호주 멜버른의 작은 호텔방, 침대 위에서 다음 연재 글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또다시 알림이 둥실 떠올랐다. 스팸 메일이 기승을 부리던 차라, 별생각 없이 메일함을 열었다. 또 다른 출간 제안이었다!
발신처는 브런치북 대상을 선정하는 출판사였다. 내 글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했다. 결국 대상은 다른 작가님께 돌아갔지만, 심사 과정에서 내 글을 인상 깊게 읽었기에 출간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순간 나는 호텔 천장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로또 2등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불투명한 미래에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걸까?
처음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감정은 설렘도 불안함도 아닌 막막함이었다. 작가가 되는 데는 정도라는 게 없으니까. 나는 문예창작학이나 국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친한 작가 한 명 없었으며, 그 흔하다는 '아는 편집자'나 '아는 출판사 대표'도 없었다.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스물한 살이었다.
이렇게 '쥐뿔도 없는' 상태였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갖추고 있었다. '어떻게든' 작가가 될 것이라는 마음가짐. 방법을 모를 때는, 일단 부딪혀 보는 게 상책이다. 작가가 될 때까지 쓴다면, 어쨌거나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렇게 인맥도, 출판에 대한 지식도 없는 상태로 무작정 책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연히 한 작은 출판사의 출간 제안을 받아, 2년에 걸쳐 첫 에세이를 완성했다. 그렇게 스물다섯이 되었을 무렵,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를 출간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출판사에게도 첫 책이었던 만큼, 그리 큰 반응이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첫 에세이는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고,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전시되는 무시무시한 성과를 냈다. 아주 다정하고 열정적인 출판사를 만난 덕이다. 이로써 나는 아주 귀한 교훈을 얻었다. '많은' 책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책을 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고백하건대 후자의 일이 훨씬 어렵다.
그 사이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에세이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작가로서 큰 수입이 생긴 건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계속해서 작가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였다. 앞으로 무엇을 써야 할지, 다음 책을 쓸 수는 있을지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꾸준히 글을 올렸다. 시골살이, 교육, 운동, 자기소개서, 운전, 집필 등 그 주제도 다양했다.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는 게 일이었다. 주 5회 연재라는 살벌한 도전도 감행했다. 그 끝에 눈부신 결말이 있었다. 브런치스토리에 1화를 올리자마자 바로 출간 제의를 받아, 두 번째 에세이 <침대 딛고 다이빙>을 출간한 것이다! 어느덧 브런치스토리 채널은 내 포트폴리오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현재, 브런치스토리에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었다. 그 사이 두 번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틈]의 첫 추천 작가로 뽑히는 영광도 누렸다.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도 꽤 여러 번 글이 올라갔다. 엄청난 업적이랄 것도, 대단한 인기랄 것도 없지만, 하나씩 쌓아 올린 덕분에 어느덧 몇몇 독자의 사랑을 받는 채널이 되었다.
어쩌다 북토크나 행사장에서 브런치 작가님을 만날 일이 생기면, 모두 내게 이렇게 묻곤 한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올리시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쥐뿔도 없는 나에게는 성실함만이 희망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성실함에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삽질을 멈추지만 않으면 닿지 못할 곳이 어디겠냐마는, 적어도 옳은 방향이 어디인지는 알아야 한다.
이제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해?"라는 지인들의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나는 주저 없이 브런치스토리 채널부터 개설할 것을 권한다. 출판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던 내가, 지난 몇 년간 투고가 아닌 출간 제안만으로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브런치스토리의 덕이 크다.
하지만 브런치를 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책을 내고, 사랑받는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초보의 마음에는 궁금증이 끝도 없이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다.
- 왜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까?
- 왜 내가 쓴 에세이는 일기 같을까?
- 글 써서 돈 벌기, 가능하긴 한 걸까?
- 글쓰기 실력을 빠르게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어째서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카카오 브런치일까?
- 어떻게 하면 첫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 현명하게 투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출간 제안서와 계약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그래서 이 시리즈를 연재하기로 했다. <쥐뿔도 없지만 작가가 되고 싶어>는 그간 내가 받았던 질문을 모은, 지독하게 현실적인 책 쓰기 가이드북이다. 글쓰기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부터, 출간에 이르는 과정까지 자세히 담아 매주 일요일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초보 작가가 시행착오 끝에 성장한 배경이 궁금하다면, <쥐뿔도 없지만 작가가 되고 싶어>를 기다려 주시길! 매일 필사를 하라든지, 출판사 수백 곳에 투고 메일을 돌리라는 뻔한 조언은 담지 않으리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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