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첫 에세이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마음과 걸음

by 송혜교



책을 내기 직전, 나의 초조함은 극에 달해있었다. 출간을 일주일 앞두고서는 세상의 온갖 걱정을 흡수하는 걱정인형이 된 것처럼 전전긍긍했는데, 이런 내 모습이 우습다는 걸 알아서 주위에 털어놓지도 못했다. 내 걱정에는 전혀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집필도 퇴고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걱정밖에 없었다. 탈고하면 날아갈 듯 기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나를 괴롭혔던 걱정은 '책이 별로라는 서평이 달리면 어떡하지?', '100권도 안 팔리면 어떡하지?', '1쇄도 다 못 팔아서 출판사에 누가 되는 건 아닐까?' 등등이었다. 물론 흥행을 바라고 쓴 책은 아니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했다.






아메리카노 세 잔 값의 무게


책을 쓰는 내내 목표했던 단 한 가지는 '책 값이 아깝지 않은 글을 쓸 것'이었다. 그리고 이 한 가지 목표 때문에 나는 내내 괴로워해야 했다. 과연 내가 독자들에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세 잔만큼의 기쁨을 줄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 쓴 책이긴 했지만, 판단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에 속이 탔다.


어떻게든 책값은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최종 원고를 읽고 또 읽으며 오탈자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편집부에서 알아서 잘해주셨으리라는 건 알지만,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걱정밖에 없었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책이 나온 후 단 한 건의 오타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직은...)


사실 나는 제법 까다로운 독자다. 어떤 책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어떤 책은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하며 늘 그 사이 어딘가 균형 잡힌 책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막상 출간을 코앞에 둔 작가의 입장에 서자, 내 책이 그 사이의 범주에 잘 안착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긴장 반 설렘 반이 아닌 긴장 90 설렘 10 정도의 상태에서 드디어 내 책도 세상으로 나왔다.





작가에게도 성적표가 있다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나는 매일같이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렸다. 작가들의 성적표, 판매지수를 보기 위함이었다. YES24에서는 '판매지수', 알라딘에서는 'Sales Point'라는 이름으로 책 옆에 붙어있는 작은 숫자가 있다. 나는 이 숫자가 1,000 이하로 떨어지지 않기를 매일 기도했다.


베스트셀러들은 10만도 훌쩍 넘는다지만, 작은 출판사의 초보 작가인 나에게는 숫자가 네 자리만 되어도 감사한 일이었다. 내 책은 다행히 예약판매의 스타트를 1,800으로 끊었고 정식 출간 후 2,000을 넘더니, 그 이후에도 세 자릿수로 내려가지 않았다. 당연히 엄청난 흥행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준수한 성적이었다.


한편, 교보문고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매장별 실시간 재고 현황을 공유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교보문고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며, 재고가 하나 줄어들 때마다 환호했다. 무사히 책을 내고 나면 근심과 걱정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성적표를 붙들고 일희일비하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제 책이 교보문고 추천도서라고요?


출간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믿기 힘든 소식이 들려왔다. 내 책이 교보문고 추천도서에 선정되었다는 거였다! 그렇게 내 책은 교보문고 MD님들이 뽑은 작은 출판사의 좋은 책,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 코너에 오르게 되었다.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평대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게 꿈같은 일이었다.



책덕후로서 수도 없이 거닐며 책을 뒤적거리던 바로 그곳에 내 책이 있는 걸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누군가 내 책을 뒤적거리는 모습만 보아도 심장이 쿵쿵 뛰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수상쩍은 태도로 기둥에 착 달라붙어 하염없이 추천도서 평대를 바라보고 있는 젊은 여성을 보신 적 있는가. 사실 그게 나였을지도 모른다고 이제와 고백해 본다.






첫 에세이로 극찬을 받다


사실 처음 에세이 집필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 책이 주류가 될 수 없다는 마음의 준비는 끝낸 상태였다. 중학교 자퇴생이 쓴 학교 밖 청소년 이야기가 인기를 끈다면 얼마나 끌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대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해야 할 이야기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자퇴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혹은 자퇴한 후 여러 고민에 빠진 청소년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비록 엄청난 인정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꼭 읽어야 할 사람에게 읽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출판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행운이 또 한 번 찾아왔다.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가 '2022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나는 소식을 듣고 문자 그대로 방방 뛰었다.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면 전국 곳곳의 청소년기관에 책이 배치되기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되는 것, 내가 꿈꾸던 바였다.


정말 놀라운 건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사실보다, 엄청나게 감동적인 서평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는 각 책의 선정 이유를 담은 서평을 함께 공개하는데,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는 지난 2022년 하반기에 선정된 모든 책 중에서 가장 긴 서평을 받았다. 칸을 꽉 채울 정도로 긴 서평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을 공유한다.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장과 배움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사회로부터 어떤 조력을 받고 어떤 차별을 받게 되는지,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사실적인 경험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이 책이 '학교'라는 하나의 사회 제도에 비추어 우리가 시민으로서 가져야 하는 인권 감수성에 대한 중요한 논제들을 환기시켜 준다는 점이다. 학교 밖으로 나오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학교와 우리의 삶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다. 학교에 잘 적응하고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청소년이든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바깥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 청소년이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극찬을 받고 나서야, 나는 내 글에 대한 기나긴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축하한다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그래도 나 제법 괜찮은 책을 썼나 봐."라고 답하면서, 책이 나온 뒤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진심 어린 칭찬을 보냈다. 갑자기 세상이 한층 더 아름다워졌다!


힘겹게 쓴 책이 호평받는다는 건 정말 달콤한 일이다. 마치 오래 기다려온 짝사랑을 결국 이뤄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어쩌면 내가 첫 책을 쓴 뒤로 글쓰기에 중독되어서 브런치에 주야장천 글을 올리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브런치에는 글을 올릴 때마다 늘 따뜻한 댓글이 달리니까.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 달콤함에 취해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소소한 일상과 각종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