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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진 Nov 04. 2021

3. 슬픔과 기쁨의 이상한 결합 = 결혼

빛이 있어 어둠이 있듯이,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측면이 이상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삶의 이치를 만들어 낸다. 너와 내가 이상한 방식으로 결합을 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운명의 수레바퀴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두려워할 것은 없다. 슬픔 속에서도 찬란한 기쁨의 꽃은 피어나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열매 맺는다. 그 열매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씨앗이 된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축복이 된다.     




 결혼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 본 적이 있었던가? 사랑하는 사람과 한집에서 살기, 매일매일 만나 그와 사랑을 나누고, 헤어짐이 아쉬워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괜스레 멀어지는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다들 결혼한다고 생각했다.      



막상 그와 한집에서 살게 되었을 때 그렇게 멋지게만 보이던 사람이 왜 그리 못나 보이던지, 먹을 것에 환장하고, 게임에 미치고, 야동 폴더를 이리저리 숨겨두고, 본가엔 왜 그리 자주 가자고 하던지, 함께 지내기 전엔 효자가 전혀 아니었던 사람이 정말 효자가 됐다. 이상하게 그가 엄마, 우리 엄마가 어쩌고저쩌고할 때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바보 천치 같아 보이던지, 결혼은 그냥 현실이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딩크족이 삶의 목표인 사람이었다. 길지 않은 연애 기간이었지만 몇 번이고 “아이는 원하지 않는다. 아이를 위해서 희생을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거나 하며 삶을 살고 싶지 않다”라고 했었다. 임신임을 확인했을 때, 그는 가차 없이 아이를 지우자고 했다. 평소 그가 해 온 말이 있었기에 당연히 그럴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그 말을 들으니 그 말이 몹시 서운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온몸이 나른하고, 속이 메슥메슥하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기쁨이 총총 올라왔다. 분명 내 안에 나 아닌 다른 존재가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다시 그런 존재가 찾아오지 않을까 봐 몹시도 두려웠다. 그와 헤어지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었다.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며칠 뒤 전화가 걸려왔을 때, 그는 몹시 흥분한 상태로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었다.    

                


이미지출처 : 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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