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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진 Dec 21. 2021

뜬금없지만, 소설을 써볼까 해요.

목표를 하나 설정했더니,

마음이 당황스러웠던 게다.

며칠 째 머릿속에서 재잘거리며, 목표에 대해 떠들어 대느라 정신이 없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

"해 본 적도 없고, 된다는 보장도 없잖아. 또, 또 시작이니?"

"너의 시각은 좀 구식이야, 스토리도 그렇고"

"어떻게, 니 머릿속에 이렇게 막장들만 돌아다니냐!!"



관련 도서를 주문했다. 웹에 올라온 글들도 읽어보며 부산하게 움직였다.

마음 안에서 참으로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의 행렬이 오르락내리락거리다가,

잠깐 멈추어 섰다가, 다시 되돌아갔다가, 달려가기도 한다.


아마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행보 같다.

이렇게까지 방향을 바꿀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경로 이탈? 느낌은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서 경로 이탈은 아니다. 

애초에 목적지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

삶이 그랬듯, 나의 글쓰기도 그랬다.

 

어쨌든 누군가, 그동안 '모여진 생각 더미'에

휘발유를 붓고, 라이터를 켰다. 

불이 붓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서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누군가 또다시 불을 붙였고, 천천히 불이 붙기 시작했다. 

타들어가던 불빛은 어느 지점에서 확신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고 해서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그렇게 피어올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니까.

어쨌든 며칠 동안 그것이 뇌의 사고체계를 쉴 새 없이 건드리다가 이윽고 행동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는 그것만이 하나의 사실이다.






이제 고작,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지 이제 10개월이 지났다. 

그 10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제법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책으로 출간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 인지 모른 채로

막연히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을 위해 책으로 나와주길 바랬다. 


그렇게 2021년의 끝자락에서 선 지금, 목표였던 고대하던 출간 작가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인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보다 먼저 내 글을 불특정 다수가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먼저 피부로 와닿았다.

그리고, 생각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구체적인 감각과 함께 

책을 출간하겠다는 욕구도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지금 나에게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내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브런치를 통해 하나하나 글을 업로드할 때마다 좀 더 객관적으로 글과, 삶과, 나를 보게 됐다.

그 미묘한 다름과 같음이 때론 혼란스럽고, 여전히 부끄러운 것은 

그 사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프레임에 갇힌 스토리들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시선'이 열린 것, 그것만으로 나에게는 또 다른 '성장'이라 생각된다.


부족한 글에 마음을 담아 공감해주시는 분들과, 

댓글로 표현해주시는 마음을 느낄 때마다 너무도 감사해서 눈물이 난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너무도 부족한 감동이고, 또 하나의 확신으로 이어진다. 


언제 다시 투고를 할지, 직접 출간을 위해 움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분간 '흐르는 대로 두어도 완벽한 인생이다'는 제목 그대로 흐르도록 둘 예정이다. 

그 제목에 걸맞은 에너지가 삶을 통해 발현될 때까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고, 새로운 글을 쓰려고 한다.

그동안 건성으로 해왔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읽고, 배우고, 쓰려고 한다.


이번에도 무작정, 처음 시작했던 것처럼 그렇게, 무작정 시작하려 한다.

  

잠들어 있는 정신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에, 

놀란 토끼눈처럼 동그란 눈동자를 하고, 

한숨도 잠이 든 적 없었다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나를 본다. 

그런 내가 얼마만인지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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