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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진 Dec 21. 2021

3-5. 파랑새 증후군에서 깨어나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향한 '솔직함'이다.

행복을 찾아가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향한 '솔직함'이다. 내가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행복한지, 그렇지 않은지, 나의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언어를 감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할 때, 오직 자신을 위한 용기를 낼 수 있다. 우리가 실로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삶을 통해 그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반복되는 문제와 상황들을 서로 다른 형태로 경험하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동안 모든 상황에서 '선택의 기준'이 되어 준 하늘이를 바라보듯, 나를 보면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행복했다. 힘든 일상 중에 나누는 마음이 즐거웠고, 한 달을 하얗게 불태우고 회식비를 모아서 부담하며,“고생하셨습니다.”라고 건배를 드는 시간이 행복했다.     


 생각해 보면, 그간 거쳐 간 많은 회사 중 마음을 돌이키면 결과가 달라졌을 곳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동료들의 손을 뿌리치고 나왔다. 콘택트렌즈 영업사원 근무 마지막 날, 사무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이 아쉽다며 자리에 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봤었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는데, 나와의 이별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직원의 순수함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에도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표님에게,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업무를 두고, 아무 이유 없이 매일 회의 때마다 욕을 먹어야 했던 회사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곳을 나오며 “사람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는 대표님 밑에서 도저히 일을 못 한다.”라며 한 번만 더 생각해보라는 각별했던 동료들의 부탁을 뿌리치고 나왔다.      


그동안 동료들과의 관계가 발목을 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회라는 곳은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좀 더 괜찮은 회사가 필요했다. 그래야 목적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이곳은 그동안 경험했던 어떤 회사보다 노동의 강도가 높았다. 대표님 역시 불통이었다. 그런데 행복했다. 행복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힘든 일도 웃으며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이 충원되어 관리하던 지역의 3분의 1이 넘어가면서 전체적으로 담당자별 지역이 개편됐다. 내 차를 타고 함께 출퇴근하던 동료가 늘어난 업무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마흔이 넘은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누군가의 아내인 그녀의 눈물에 너무 화가 났다. 개인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였다.


그녀는 업무를 더 주기 전까지도 과부하였다. 그녀의 그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회사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업무 개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예견된 당연한 결과인 듯 짧은 면담 후 퇴사가 결정됐다. 그로 인해 흔들리던 내 마음이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

      

회사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의도한 듯 연이은 퇴사에 마음이 상했는지, 아니면 정말 사람 귀한 줄 모르는지, 그 자리에서 이유도 제대로 묻지 않고 나의 퇴사마저 승낙해 주었다. 얼마 되지 않아 후임자가 들어왔다. 그렇게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5개월간의 전쟁 같았던 재취업은 끝이 난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의 소식이 들렸다. 인수인계를 하며, 그동안 만든 자가 시스템을 동료들에게 알려주고 있을 때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표님에게 입김을 넣은 것 같았다. 대표님이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사람들이 너무 아쉬워해서 안 되겠다며 총무 팀 업무를 제안했다. 월급도 올려주겠다고 했다.      


대표님과의 긴 면담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 동료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결국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일로 결국, 그곳을 나오게 되었다. 나옴과 동시에 슈퍼맨처럼 나타난 고마운 분을 통해 새로운 직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출근을 한순간 알 수 있었다. 레벨업을 달성했다는 것을.          


                



〈파랑새 증후군 –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는 병적인 증세〉 어쩌면,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행복을 찾아 헤매는 파랑새 증후군을 앓고 있는지 모른다. 누군가는 행복이 돈에 있다고 생각하여 돈을 좇고, 누군가는 행복이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여 관계에 집착한다. 그러나, 행복은 ‘지금 여기’에 언제나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어느 아침, 고통 속에서 깨어나 행복해지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 품에 안겨 오직 나만을 바라보던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행복해지려고 돈을 더 벌기 위해 무리하게 이직을 감행했다. 돈을 더 벌어야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몸을 혹사하며, 주어지는 일은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하니 어떤 일을 해도 재밌었다.      


그런데, 상황이 자꾸 주저앉게 했다.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기 시작했다. 품에 내 아이를 안은 것처럼, 나를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상황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상황을 다시 보면 내가 보였고, 상대가 보였다. 모두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좇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스스로 상처를 입고 있는지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 역시 의도하지 않게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내 생각에 취해서 스스로 상처 입고 있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넓은 세상, 같은 목적을 가지고 삶이라는 무대에서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시 일어설 때마다 새로운 힘이 생겼다.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긴 세월 동안 돌고 돌아 결국,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실패라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향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내 나이, 마흔넷, 비로소 나를 찾게 되었다. 그동안 한 번도 품어 본 적 없었던 오직 나만의 꿈을, 나만이 가진 보석을 발견했다.          



인생이 처음부터 봄이었으면
봄의 아름다움과 따사로움에 감탄하지 못했을 것이다.
겨울을 지나 봄이 왔기에
나는 더 찬란하고 행복한 봄을 맞이했다.
인생의 모든 계절은 저마다 의미와 섭리가 담겨 있다. 《리본》홍사라  
                                                                                    





이미지출처 https://blog.naver.com/282828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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