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진 Nov 05. 2021

6.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

지금 고통에 빠져 있다면 과거로부터 신호를 받고 있거나, 삶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삶에서 뜻하지 않은 일로 괴로운 나날들이 계속 될 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가 들려온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연장 선상에 놓여있다. 고통을 이해하려면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안아 줄 수 있다면, 고통에서 벗어난 다른 시각이 열린다. 과거의 내가 어떤 모습이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나만이 나를 그곳에서 구할 수 있다.     







하늘이는 나의 껌딱지였다. 나를 닮아 소심하고 눈물이 많은 아이, 하지만, 웃을 땐 세상의 모든 아이가 그렇듯 아주 맑고 사랑스러웠다. 다행히 이혼 후 맡긴 가정 어린이집은 성심성의껏 아이를 보살펴주는 곳이었다. 원장님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인품이 좋으셨다. 재직 중인 선생님들도 원장님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 때고 어린이집을 찾아도 아이들은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아이는 걸음마를 하고, 말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아무리 어린이집이 믿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해도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긴 하루가 아이에겐 어땠을까. 날이 저물어야 아이는 할머니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아이는 나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마음은 지옥 같은데,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아이가 버겁게 느껴졌다. 특별히 바쁜 것도 아닌데, 어린 손주를 저녁 6시까지 맡겨 놓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이를 목욕을 시키거나 하는 등 대부분의 육아도 내 몫으로 남겨 놓고 있었다. 그럴 때면 우리를 친정으로 받아 준 엄마에 대한 감사보다 원망이 먼저 들었다.



‘우리를 어쩔 수 없이 받아주었고,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딸이 남편에게 맞고 집으로 돌아온 날에도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이삿짐센터에서 날라 온 짐들을 대강 정리하고는, 초저녁이 되어 코를 골며 잠이 드셨다.


 '우리가 다 같이 아이 하나 못 키우겠냐, 아이가 있으니 집안에 밝아지는 것 같다.'라고 아버지는 나를 위로 하셨다. 하지만,  엄마는 투박하고 쌀쌀맞은 경상도 말투로 대수롭지 않은 일상을 맞이하는 듯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엄마의 그런 모습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은커녕, 서운하고 야속한 마음만 들었다.    



  

엄마는 나를 걱정하지 않아.’     




 머릿속에서 짧지만 강렬한 문장 하나가 번뜩였다.







이미지출처 : 미리캔버스


함께 보면 좋은 글 1.


https://brunch.co.kr/@hyehye314/1


2. 함께 보면 좋은 글 2.


https://brunch.co.kr/@hyehye314/5


작가의 이전글 5.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