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작아진 옷 대방출
우리 집 옷장 정리는 항상 반 박자 늦다.
겨울이 거의 지나가야 겨울 옷을 겨우 꺼내 놓고, 너무 더워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여름옷을 겨우 꺼내 놓는다. 어른옷이나 애 옷이나 똑같다. 여기저기 걸려있고, 서랍에 접혀있는 옷들을 다시 모아 옷 박스에 차곡차곡 넣는 것은 너무 귀찮고 힘든 일이다.
5월부터 여름옷 박스에서 티셔츠 하나씩, 바지 하나씩 꺼내 입다가, 이제 반팔을 입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어서 큰맘 먹고 옷장 정리를 했다.
작년에 입던 아이들 여름옷을 꺼내는데, 아끼던 옷들이 우수수 나온다. 곰돌이 반바지, 꽃무늬 원피스. 큰 딸, 작은 딸에게 같은 디자인의 다른 사이즈를 사서 여름 내내 좋아하며 입히던 옷들이다.
반가운 마음에 작은 딸을 불러 반바지를 입혀보니 아뿔싸. 벌써 반바지는 팬티가 되었다. 꽃무늬 원피스는 초미니 원피스가 되어 있다. 큰아이의 옷을 작은 아이를 입히니 어딘지 어정쩡하다. 무엇보다 작년 한 해 자주 입히고 빨았던 옷이라 다시 입히니 어딘지 모르게 낡은 느낌이다.
둘째에게도 작은 옷들, 둘째 물려주기에도 낡은 옷들, 작아진 신발을 모두 모아 보니 또 다른 한 박스가 나왔다. 재활용쓰레기장에 있는 의류함에 넣어놓으려 현관 앞에 잠시 내놨더니 아이들이 모여들어 옷 구경을 한다.
"엄마, 어? 이거 내 옷이잖아."
"어, 이거 내가 애기 때 입었던 옷인데. 이거 내가 애기 때 신었던 신발이잖아."
다 작년에 입고 신었던 옷과 신발인데 애기 때라고 표현하는게 여간 우스운 게 아니다.
"이거 다 작아진 것들이라서 버려야 해."
"버린다고? 안돼. 싫어."
아이들도 본인들의 물건이 버려진다니 아쉬운 모양이다.
이 바지는 내가 여행 갈 때 입었던 곰 바지라 안되고, 이건 내가 ㅇㅇ이 생일파티 때 입었던 꽃무늬 원피스라 안되고, 이건 놀이터 갈 때 입었던 옷이라 안되고 등등 안 되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결국 울고불고하는 난리통에 버리는 것은 잠시 유예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작아진 신발을 신어보고, 작아진 옷들을 입고 집 안 곳곳을 누비며 아쉬움을 달래고 밤이 돼서야 보내줬다. 그중에 아이들이 아주 아끼던 줄무늬 원피스는 기념으로 하나 남겨두었다.
'아이들도 물건에 애정이 있구나. 그 물건을 통해 기억하는 추억들이 있구나. 그리고 아이들이 그동안 참 많이 컸구나.'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한 하루였다.
먼 훗날 줄무늬 원피스를 다시 꺼내 보여 주면 '이 낡고 쪼끄만 건 뭐야? 이거 그냥 버려.' 하며 내던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 지금의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이거 네가 울고 불고 해서 못 버린 네 소중한 원피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