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잠시 육아휴직

by 혜현

작년 한 해 동안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들을 돌봤었다.


처음 육아휴직을 하며 결심한 건, 아이들이 기관에 가는 동안 박사학위논문을 쓰고 졸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기관에 가면 그제야 시작되는 집안일, 청소, 그리고... 게으름으로 학위 논문은 멀어져 갔다.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생각만큼 자유시간이 많거나 편하지 만은 않았다.

그동안 워킹맘으로 해주지 못했던 것 (하원 후 놀이터 가기, 학원 데려다 주기, 친구들과 플레이 데이트 등)을 하느라 하루하루 아주 바쁘게 보냈다.


육아휴직 동안에는 남편이 오히려 좋아했다. 내가 집에 있으니 집이 안정되고 본인도 나가서 일하는데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나 역시, 회사 다니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잠깐씩만 아이들을 보다가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으니 좋았다.


하지만 힘들기도 했다..ㅎ


그리고 올 3월 다시 복직. 휴직 기간 동안 너무 바쁘고 힘들었는지, 오히려 회사에 가는 게 힘이 덜 들었다. 복직하고 나서는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었다.


아침의 전쟁 같은 등원준비와 출근준비, 저녁에 퇴근 후 할머니집에서 픽업, 이후 저녁 차리기, 씻기기, 재우기. 그제야 남편의 퇴근.


매일매일 하루가 너무 힘들고 전쟁 같았다.


그리고 5월. 남편이 이직 준비를 하며 퇴사를 했다.


집에 전업주부가 생겼다.


남편이 살림을 잘하지는 않지만, 집에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안정감을 주었다. 일단 아이들이 6시까지 유치원에 있지 않아도 됐고, 4시에 하원하여 놀이터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 수 있었다. 아이들이 아프거나, 갑자기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남편이 집에 있었기에 육아에 구멍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집안일들을 반으로 나눠서 할 수 있으니 확실히 일이 줄었다.


예전에 복직이 다가올 즈음, 남편이

"자기가 집에 있으니 너무 좋다. 그냥 퇴사하고 애들 돌보는 일에 집중하면 어때?"

했을 때, 사회인으로서의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해서 작은 다툼이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쉬고 있으니...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편안하고, 나도 편안하고..., 이거 꽤 괜찮은데..?


아이들은 매일 잠자리에 들었을 때 어스름히 보이는 아빠의 모습만 보다가, 유치원에 데리러 와서 하루 종일 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좋은지 요새는 아빠를 많이 찾는다. 그 좋아하던 태권도학원도 안 가고 아빠랑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떼를 쓴다.


언젠가 결국 남편은 취업을 하고, 나 역시 계속 워킹맘의 삶을 살아가겠지만, 지금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시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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