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엄마의 취미를 함께 하자
결혼 전, 나의 하나밖에 없는 취미이자 삶의 원동력은 '술'이었다.
맛있는 저녁과 함께하는 반주도 좋고, 각 잡고 먹는 회식도 좋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술은 더더욱 좋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술자리에 가기도 어려워지고, 저녁과 함께 하는 반주도 여의치 않았다. 외식을 하면 아이들 먹이기 바빴고, 이거 달라 저거 달라 시중(?) 드느라 반주는커녕 밥도 제대로 먹기 어려웠다.
그래서 애들이 다 자고 난 뒤에 식탁에 앉아 한 캔씩 마시는 맥주가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은 삼겹살 외식을 하며
'맥주 한 잔 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뭐랄까. 좀 비교육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얼마 전, 큰 아이가 할머니 집에서 자고 오는 날이었다. 작은 아이는 집에 간다고 해서 남편, 작은 아이, 나 이렇게 집에 가고 있는데, 집 앞 치킨 집에서 야외에 자리를 펼치고 있었다.
'이렇게 바람도 선선하고, 어스름한 노을빛이 예쁜 오늘 같은 날, 저기서 치맥 하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이 문득 들었고, 갑자기 결심이 섰다.
'그래, 오늘이야. 오늘은 저걸 꼭 먹어야 해.'
남편과 작은 딸을 데리고 치킨 집에 가서 치킨과 닭똥집을 하나씩 시키고 생맥주를 시켰다.
생맥주는 금방 나왔고, 꿀꺽꿀꺽 마시는데, 차가운 생맥주와 시원한 공기가 정말이지 환상이었다.
갓 튀긴 치킨, 살얼음 낀 생맥주, 붉은 노을빛, 선선하게 부는 바람.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이도 옆에 앉아 치킨을 잘 뜯어먹고, 안주로 나온 과자도 곧 잘 먹었다. 한 껏 업된 기분으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나의 (아이와 함께하는)첫 반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비교육적이긴 무슨.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반주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화기 애애함을 선물하는데. 술은 나쁜 것이 아니다. 취해서 술주정만 안 하면 되지.
드디어 취미생활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