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에게 보내는 화요일의 편지
TO. 조지오웰
작가님, 전체주의와 감시 사회의 위험을 경고한 작가님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상상력과 통찰력에 놀라곤 해요. 아마도 현실 세계에서 관찰한 정치적 사건과 사회적 변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셨겠지요? 또 다양한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그 심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있을법한 인물들이 작품 속에 나타나서 실세계가 아닌 상징의 세계인데도 마치 사실처럼 다가와요. 저도 작가님을 본받아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심리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작가님께 제가 생각하는 전체주의, 감시사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가 무엇일지 편지를 쓰려고 해요.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정치적 관심에는 무엇이 있을지, 사회 참여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고 작가님께 공언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타인에게 공언하면 실제로 할 가능성이 3배 이상 올라간다고 하니 작가님께 한 공언은 제 실행력을 10배 이상 끌어올려주리라 생각해요.
슬프게도 저는 전체주의라는 말이 낯설지 않아요. 제가 사는 이곳이 바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한국이기 때문이에요. 현재 북한의 독재는 전체주의나 다름없습니다. 과거 남한도 독재 치하에 있던 시절이 있었고요. 현재까지도 북한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 감시해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생각과 행동을 조작하려는 목적으로 통제, 감시, 선전, 폭력 등이 비일비재하다고 해요. 이념이라는 정당화로 자신의 탐욕을 가리는 것이 꼭 1984의 세계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탈린, 히틀러로 이어지는 모든 독재는 왜 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걸까요. 아마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기적 본능이 이타를 가려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독재 정권은 사회적 불안정과 불만을 야기하여 저항 운동이나 죽음으로 끝에 대부분 파국을 맞이했고요. 이 사실을 독재나 탐욕을 꿈꾸는 누군가가 꼭 기억하길 바라요.
왜 역사적으로 독재나 이기의 끝이 비참하다는 사실이 자명한데도 그들은 전체주의나 감시주의를 놓지 못했던 걸까요. 이는 독재뿐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이기를 위해서 사용하는 모든 이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해요. 제 주변에는 감사하게도 생명은 존중하고 연민의 마음을 가진 좋은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자신의 일터에서 땀 흘려 일을 하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시며, 작은 생명 하나도 책임 있게 돌보셔요. 이런 분들과 함께 하다가도 자신만을 위해 횡령, 배임, 폭력 등을 저지른 뉴스를 만나면 같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평소 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국가 예산의 쓰임도 지켜보면 세상이 경쟁과 사랑 사이의 줄다리기를 한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목소리 크고 욕망 많은 곳, 누군가의 주머니에 돈을 축적할만한 기회로 보이는 곳으로 돈이 이동하고 어떤 때는 생존 환경이 열악한 곳, 지금 당장이 아닌 앞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곳에까지 돈이 이동하는 것을 보며 마치 뉴스와 제 주변 인물들 사이의 간극을 보는 기분이에요. 이럴 때면 한 명 한 명의 시민이 공론장에서 의견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절실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아마 작가님도 이런 마음 아니었을까 짐작해 봐요.
누군가의 입맛에 맞게 타인을 조정하기 위한 수단인 빅브라더는 안전과 안정, 이익의 탈을 쓰고 온다고 생각해요. 내 힘이 아닌 타인의 힘을 빌려서 안전과 안정을 얻으려 하는 게으름과 두려움, 현재의 이익에 눈이 멀어 개인이나 조직이 저지른 작은 부정에 눈감는 실수는 결국 우리 사회 속에서 빅브라더에게 먹잇감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1984로 후퇴할 것인지, 아니면 1984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우리에게 달렸다고 생각하니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저는 작가님께 다짐해요. 이제 선거에 참여할 때는 당장 제게 오는 이익보다 진정한 세상을 위한 선택을 하려 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사회와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해요. 또 지금처럼 제1인분 외에는 모두 기부하고, 1주일마다 시간을 내어하는 독서모임 활동이나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제 힘이 닿는 한 지속하려 합니다. 이런 삶이 대단한 게 아니라 모두에게 당연해지는 그날이 어서 찾아오길 바랍니다. 작가님의 글처럼 계속 함께 이야기하며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변화시키는 여정을 나아가고 싶어요. 가을처럼 청명한 세상을 상상하며 내일 편지에서 뵐게요.
FROM. 늘 깨어있고 싶은 혜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