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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Oct 15. 2023

리바이어던의 종말(#조지오웰 #국가 #괴물)

조지오웰에게 보내는 월요일의 편지

TO. 조지 오웰


 안녕하세요, 작가님. 어린 시절, 작가님의 책 '동물농장'과 '1984'를 읽고 작품 안의 어두운 느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후 다시 접한 작가님의 책은 어린 시절과는 다른 느낌으로 공감하며 실감 나게 읽었어요. 그리고 작가님께서 쓰신 소설 외에도 작가님의 산문들도 읽으며 소신과 용기의 미덕에 반하고 말았어요. 애독자로서 2023년의 세계가 궁금하실 작가님을 위해 일주일 동안 작가님께 작품과 관련된 편지를 쓰려고 해요.

 탐욕과 욕망으로 인한 권력과 재물 축적, 권위주의는 예나 지금이나 특정 사람들의 마음속에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문학 작품이나 언론, 시민의 목소리로 거울처럼 보여주는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적어도 뒤로 가진 않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권력에 대해 과한 의지와 탐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경계할 줄 아는 시대가 왔어요.

 작가님이 보셨다면 좋아하셨을만한 한국 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기생충'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라는 작품이에요. 서울의 한강 공원에서 불법 폐기물 처리로 인해 돌연 변이된 괴물이 출현하는 이야기예요. 괴물이 시민들을 위협하고 사람을 납치까지 하며 납치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데, 영화는 이 현실과 대조되는 답답한 국가의 대응을 보여주며 과연 건강한 사회가 무엇일까 하는 화두를 던져요. '괴물'은 단순한 재난 영화를 넘어서서 사회와 정부의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을 생각하게 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도록 격려하는 영화였어요.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작가님의 작품들이 떠올랐어요. 작가님께서 작품을 통해서 예민할 수 있는 주제인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보 숨김과 무능함에 대한 고발과 함께 미디어의 정보 조작 및 편향된 대중 여론 조성, 군사력을 동원한 엄격한 권위주의까지 다루었다는 점에서요.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이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하나 남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유명인으로서 사회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게 하고 또 한 발 더 나아가게 하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용기가 진실이라면 당시엔 용기의 목소리를 낸 사람이 어떤 비난을 받고 위협을 받더라도 그 목소리가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결국은 대중에게까지 받아들여지는 때가 오는 것을 믿어요. 작가님의 책이 살아남아 독서모임 추천 도서에 오르고,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가 전 세계에 흥행했듯이요.

 솔직히 전 어두운 이야기를 싫어해서 국가나 권력을 가진 주체가 탐욕이나 무능으로 인해 벌인 이슈들을 보아도 외면하곤 했었는데 최근에 이젠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국가가 어려워지거나 괴물이 되면 그곳에 소속된 사람들이나 미래 세대의 사람들마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에요.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은 괴물들만 사는 나라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우리의 음성으로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강자와 약자 상관없이 존재로서 존중받는 세상, 돈을 벌지 못하면 무가치한 인간으로 취급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요. 인간의 존재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시선을 만날 때면 마치 좀비를 만난 것처럼 화들짝 놀라곤 해요. 그 어떤 인간도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잉여인간이 아닐 텐데 말이에요.

 저는 제 주변의 사람들을 약하면 약한 대로, 강하면 강한 대로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참 행복에 가까운 삶에 다가가도록 돕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어요. 강자에겐 주는 사랑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약자에겐 생명력 확보를 통한 용기를 선물할 수 있는 환경을요. 작가님을 만날 수 있다면 작가님과 국가와 자신이 속한 집단이 괴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더 많은 아이디어들을 나누고 싶어요. 이번 주는 작가님께 편지를 보내며 이전의 저보다 더 큰 시야를 갖게 되리라는 기대가 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FROM. 괴물이 되고 싶지 않은 혜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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