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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Nov 16. 2022

채식 권하는 사회를 꿈꾸며

피터 싱어 <죽음의 밥상> 을 읽고

먹는 일이야말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때문에 먹거리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하고 페스코 채식을 3년째 이어가며 많은 정보에 이미 노출되었지만 <죽음의 밥상> 같은 제목은 내게도 썩 내키진 않는다. 


읽고 나니 책의 내용은 원제인 <The Ethics of What we Eat> 에 가까웠다. 유명한 실천윤리학자 답게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 대신 ‘먹는 행위’ 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철저한 조사와 데이터를 근거로 논리 정연하게 서술한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는 덜 불편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 - 즉 동물권을 중심으로 서술되긴 하지만, 밥상에서의 선택이 수질, 토양, 노동권,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루고 있다. 이 중 신선했던 건 로컬푸드, 우리 땅 우리 음식이 꼭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시각. 또, 쓰레기통의 멀쩡한 버려진 음식을 뒤지며 자발적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청춘 행동가들을 통해 소비자본주의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죽음의 밥상> 은 ‘먹거리’ 를 둘러싼 이토록 방대한 이야기를 실제 미국인 세 가족의 식단과 장바구니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재밌게 풀어낸다. 그래서인지 꼭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작가가 직접 칠면조 농장의 일일 파트타이머가 되어본 경험이라든지, 공장식 축산 농장과의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력도 대단하다. 


감히, 채식 권하는 사회를 꿈꿔본다. 채식을 하는 이유로 식당이나 메뉴 선택에서 배려를 받을 때마다 손사래를 치거나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연이나 운동처럼 눈치 보지 않고 권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에 이른다면 좋겠다. 그 시작은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고 용기 내는 것 부터가 아닐까?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는커녕, 요리에 무슨 재료가 들었는지조차 명확히 알 수 없는 우리네 현실에서 나는, 우리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방향성은 공감하나 실천이 어렵다면 적어도 ’치느님’ 이라던가 고기를 먹은 사실을 자랑하는 일을 줄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페스코 채식을 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완전 채식이 아닌 식사를 온라인에 전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 역시 완벽하지 못하지만, 함께 용기 내어 마주하고 싶다면

한발짝이라도 변화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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