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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23. 2021

드디어 그날이 왔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한 날

날씨에 따라 몸의 컨디션이 좌지우지 많이 하는 편이다. 맑은 하루가 연이어 이어지더니 토요일부터 조금씩 소나기가 내리고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비가 꽤 많이 내린다. 이미 몸은 피로함을 미리 알아챘는지 지난 금요일, 8월 20일부터 몸의 신호들이 이곳 저기에서 불편함을 내비쳤다.


당일 아침, 눈이 뜨기 어려웠다. 눈곱이 잔뜩 껴서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로 향했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겨우 눈을 떠보니 오른쪽이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토끼눈이 되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우선 출근 준비를 하고, 안경을 낀 채 현관을 나섰다. 오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눈의 색은 나아졌지만, 눈이 간질간질했다. 그래도 초기에 진료하자는 마음으로 늘 가던 안과에 들렀다.


"지난번 눈이 불편했을 때와 느낌이 어때요.."
"그때만큼 아프지 않아요."
"흠.. 결막염입니다. 전염성은 없어요."


가벼운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안약을 받아 사무실로 복귀했다. 하루 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 별 탈 없으면 의사 선생님은 병원에 들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진단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몇 주전부터 내 몸을 혹사하며 자정마다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의 마감을 매일 지키려고 했던 탓일 테다. 오늘 또한 다시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에 한 자 한 자 글을 쓰며 오늘의 하루를 복기해본다.


그날의 눈에 대한 피로감은 다행히 하루 사이 나아졌지만,  다음날 토요일과 일요일은 하루에 한 번 찾아오는 손님이 찾아오는 걸 알았는지 더 불편해졌다. 물먹은 스펀지처럼 온몸이 무거웠다. 다리도 유독 부어있는 느낌이 들고.. 더군다나 비가 오는 날에는 유독 몸이 피로한 편이다.


몇 주간 기다렸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의 날이 다가왔다. 8월 23일 월요일, 공가를 쓰고 사는 도시에 유일한 예방접종센터로 발걸음을 향했다. 연이은 남편의 휴가일로 오늘 예방접종센터까지 배웅해주었다. 비가 꽤 많이 내림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잔여백신을 맞아볼 생각을 했으나, 다행히 시청의 공문 하나로 사전 예약을 통해 1차, 2차 접종일을 미리 예약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주양육자들 중 1명은 예방접종을 맞을 기회를 시청에서 내주었고, 어린이집을 통해 사전 신청한 후, 예방접종 사이트에서 지난 8월 5일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이런 기회가 없었으면, 생년월일 끝자리의 순번대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했을 것이다. 양가 어른들뿐만 아니라 남편과 동생은 얀센을 맞았고, 시누이 또한 의료계에 있어 2차 접종을 모두 끝냈기에.. 유일하게 내가 접종을 하지 못한 이가 되었다. 불안감은 있었으나, 한편으로 언론에서 접종 후 좋지 않은 사고들이 많아 또 다른 불안감이 있기도 했다. 어찌 됐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백신을 맞아보는 것도 한 방법인지라, 조금이라도 일찍 맞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다행이다. 접종을 하기 전, 자가진단서를 작성한 후 간단히 진료를 받았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고요? 두드러기 증상이 있으시다든지.."
"아, 일 년에 한 번 콜린성 두드러기 증상이 있긴 한데 괜찮을까요.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날인데…”
"네, 괜찮습니다.”


접종할 차례가 다가오자 긴장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순번을 지키며 빠르게 접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기도 했다. 어느새 주삿바늘이 왼쪽 어깨에 꾸욱 들어가자마자 접종이 끝났다. 이제껏 맞았던 예방접종 주사 중에 가장 덜 아프기도 했다. 자리를 옮겨 15분간 대기장소에 멍 때리고 있었다.바로 앞에 앉던 건장한 청년이 숨을 못 쉬겠다고 다급하게 응급대원을 불렀다.



"산소포화도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오늘 맞은 주사액이) 심장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거라 숨이 찰 수 있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면 자리를 옮겨 누워봐야겠네요. 걸을 수 있겠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청년에게 쏠렸다. 그는 혼자 걸어갈 수 있는 반응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응급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 괜스레 나 또한 마음이 잠시 불편해졌다. 그런데 10여분이 지나도 뭐 꿈쩍도 없었다. '뭐야 너무 건강한 건가..'라고 생각하자, 대기장소에 있는 응급대원은 이제 예방접종센터를 나가도 된다고 신호를 주셨다.


밖은 여전히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빗물에 몸이 담그면 안 되는 마음이 들어 남편이 주차한 차로 잰걸음으로 이동했다. 집 근처 약국에 들러 타이레놀과 생리대를 사고 집으로 돌아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늦은 오후 시간에 접종을 한터라 금세 저녁시간이 되었고, 일찍 잠자리를 들려고 눈을 감았다.


저녁 9시쯤이 되자 주사를 맞은 팔 부위가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기분 나쁜 정도는 아닌 통증이지만 확실히 어제의 어깨 통증과는 다른 느낌이다. 몸 전체 살짝 감기 기운이 있는 거 마냥 몸도 조금 무거워져서 침대에 누었다. 눈을 감고 한참을 잠자리에서 고정 자세로 누워있었는데.. 아이가 다가와서 나의 반응을 살핀다.


"엄마가 오늘 아파서 쉬게 해주자"


거실에서 남편이 아이를 향해 말을 건넨다. 아이는 이리저리 나를 살피더니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안방의 문을 닫아준다. 그 전에는 살금살금 다가와서 내 옆에서 몸을 비비기도 했었다. 35개월동안 늘 옆자리에서 내 머리카락을 잡으며 잠을 청한 슬립 메이트가 오늘은 없으니 허전한 느낌이 든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내 건강을 잘 지켜야 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엄마가 아프면 잘 보살피기 어려우니. 그 마음을 아는지 다른 방에서 아이는 금세 아빠 옆에서 잠이 들었다.


'아이가 없었다면,

예방접종을  생각이 있었을까.'


내 건강도 우선이지만, 아이가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던지라..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나의 동선은 되도록 소극적이었다. 붐비는 장소는 되도록 한적할 때 가거나 갈 기회를 줄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아이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내 몸을 덜 아꼈을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에너지, 시간 등 어느 순간 아이에게 쏟는 시간의 대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비축해야 하는 에너지와 시간들도 늘어났다. 다 소진하면 꺼내쓸 수 없으니. 내 몸이지만 내 몸으로 이용하기엔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한 몸이 되었다. 나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는 큰 통증 없이 무사히 하루를 잘 마친 날로 마무리 짓고 싶다.






아이에게 쏟는 시간의 대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비축해야 하는 에너지와 
시간들도 늘어났다.
 다 소진하면 꺼내쓸 수 없으니.
내 몸이지만 내 몸으로 이용하기엔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한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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