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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25. 2021

국밥이 그토록 그리웠던 날

익숙함에서 영감얻기 1

“우리는 낯선 카페로 바람을 쐬러 갔다. 음력 새해 첫날 낯선 장소에 들른 셈인데.. 화려한 샹들리에와 책장에 시선을 압도했다. 빵이 맛있었다. 딱 내 취향. 내 취향이 맞으면 아이의 입맛에도 맞은편. 그는 빵에 손을 대지 않고 아이스크림만 후루룩 마신다. 내가 내린 커피가 더 맛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 그. 커피를 매일 직접 내려마시다 보니 몰랐던 커피 세계를 알고, 내게 맞는 커피 원두를 고르게 되니.. 이 커피맛에 돈을 지불한 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곳을 잠시라도. 제한된 1시간이라도 즐겨야지.  

확실히 나는 익숙한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다. 좋아하는 공간이 딱 정해져 있는데.. 늘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는 그와 달리, 나는 좋아하는 카페와 서점이 정해져 있는 편. 내 시간을 다른 곳에 낭비하지 않지만, 또 한 편으로 모험하지 않으면 새로운 낯선 기회를 경험하면 다른 이의 시선도 존중하게 되니깐. 다음 기회에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이 코로나로 즐길 시간은 한정되어 있을지라도.”

 <2021년 2월 12일 @raison_sone 일기 발췌>


올해가 시작했던 음력 새해 첫날 연휴에 어디에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895일을 맞은 29개월 남자아이를 둔 세 가족과 함께한 어느 겨울. 오늘 그 겨울의 정서가 느껴진다. 진짜 여름이 가고 있나 보다. 몸이 으슬으슬하니 아침에 뜨근한 국밥이 당겼다. 추어탕을 끓여 먹어보았다. 몸의 기운이 떨어질 땐 뽀얀 흰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검은 뚝배기의 곰탕, 갈비탕, 추어탕이 떠오른다.


어릴 적 부모님과 먹었던 선짓국도 기억에 난다. 오거리 국밥집.. 국밥의 맛을 제대로 몰랐던 10대 이전의 한 자리 숫자의 나이였던 그때. 부모님이 선호하는 국밥집에 앉아 이리저리 식당 안을 들여다보며 옷깃을 올리며 손을 비볐다. 부모님이 맛있게 먹었기에 따라 맛있게 먹은 마냥.. 지금은 정말이지 맛있는 음식은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피부 속 안까지 파고드는 겨울의 한기를 느끼며 뜨끈한 국밥이 그리운 계절이 다가왔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국밥 먹고 싶다!" 이 말을 먼저 건넬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말할 수 있는 나이, 그리고 식견(識見, 사물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춘 30대 중반이 되어 감사하다. 가끔 내 나이의 무게를 느낄 때가 있지만, 그 어느 판단에 지지 않고 내 의견과 내가 가진 시선을 얘기해도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어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국밥'의 참맛을 알게 된 나이가 되어 감사하다. 타인의 의견을 존중할 나이가 되어서 감사하다. 



8월 25일 오늘 아침, #다섯줄일기아침식사 리추얼 매번 시리얼과 과일을 먹는데, 계속 국밥을 먹고싶다는 일기를 썼다. 결국 소원 이룸!
8월 23일 아침, #다섯줄일기아침식사 리추얼 일기. 이날 백신접종으로 공가로 출근하지 않고 간단히 식사를 했던 날.  다음날 8월 24일 아침은 너무나 피로해서 아침을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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