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가장 설렌 순간은(feat.제주여행기)
아침 업무보고가 있어 보고서를 수정하고 있는데, 어린이집 엄마들 단톡방에 카톡들이 제법 쌓여있다. 살펴보니 어린이집이 일시 휴원을 한다고 엄마들이 전해왔다. 뒤늦게 키즈노트를 확인해보니 '코로나19 관련 어린이집 일시 휴원'으로, 만 4세(5세) 재원 아동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어린이집에서는 선제적 대응으로 시청의 공문에 따라 어린이집 일시 폐쇄를 결정했다. 아동이 음성이면 다음날 아이들은 등원이 가능하지만, 양성으로 판정되면 2주간 등원을 하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그러나 사소한 일보다 큰 일에 대범해질 때가 있다. 우선 하던 업무를 정리하고 윗선에 보고 드리며, 오늘 오후에 돌봄 휴가를 쓰고 내일 재택업무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급히 사무실을 나와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여러 학부모들이 줄을 지어 아이들을 하원 시키고 있었다. 담임선생님께 호출드리고 아이가 현관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차 앞유리에 붙인 스티커를 손으로 떼어냈다. 출근 후 바로 차를 빼서 지하주차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1층 지상 대로에 임시로 불법 주차했다고 회사 내 경호원이 노란 스티커를 붙이고 갔던 것이다.
이 스티커마저도 오늘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접착력이 너무나 좋은 노란 스티커로 인해 손톱이 깨졌다. 어차피 주유도 해야 하는데, 동네 주유소에 들르면서 세차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손쓸 수 없는 문제는 도구를 이용하거나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게 맞다. 다음 동선을 정하고 있을 때쯤, 아이가 어린이집 현관에 나와 웃는다. 아침 등원 때 떼쓰며 어린이집에 오늘 가고 싶지 않다고 한 아이의 촉이 맞았는지, 역시나 아이의 바람대로 어린이집에서 일찍 나왔다. 아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습관처럼 어린이집 근처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젤리를 고른 후 흡족한 표정으로 계산대에 젤리를 올려놓았다.
주유소로 향하는 길에 아이가 묻는다.
"어디 가는 거예요?"
하원 하면 늘 아이가 입버릇처럼 묻는 질문이다. 보통은 "집에 가야지" 혹은 "마트에 갈 거야"라고 답하는데 오늘은 다른 대답이었다. "엄마 차가 아파서 차병원에 가야 해, 차가 배고프다고 해서 밥도 챙겨주러 갈 거야." 아이의 시선에 맞춰 대답을 해 준 후, 점심시간에 하원 하니 우리 또한 점심을 챙겨 먹어야 했기에 주유소 근처 식당을 고르자고 마음먹었다. 집에서 챙겨 먹을 수 있지만, 그래 오늘은 기분 내서 외식 타임으로!
주유소에서 주유가 끝난 뒤, 세차를 바로 했다. 기계 세차의 기계 앞에 정차했는데, 앞유리의 스티커가 신경 쓰여 주유소 직원께 지워질 수 있냐고 여쭈니 고개를 갸웃거리시면서 힘들 수도 있다하셨다. 우선 물로 한 번 세차를 해주시겠다고 하신다.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수압이 앞유리에 강타했다. “쏴악쏴악~~”
그 덕에 말끔히 스티커가 싹 지워졌다. "야호!!"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도 덩덜아 웃었다. 기계 세차를 하는 동안 카시트에 탄 아이의 표정을 살펴봤다. 지난해만 해도 아이는 기계 세차의 소음과 유리창 너머 보이는 물소리가 싫었는지 잔뜩 겁을 먹어 칭얼거렸다. 그렇기에 아이와 동행한 경우 세차는 셀프세차를 하거나, 손세차하는 곳에 차를 맡겼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매우 신기한 동굴 탐험을 하는 마냥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함께 소리를 지르며 그 상황을 즐겼다. 세차가 끝난 후 매번 눈여겨본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늦은 점심시간이라 자리는 한산했다. 세차를 하면서 전화로 식사 문의를 했는데 레스토랑 직원 분의 센스가 돋보였다. 아이를 위한 테이블 매트를 준비해주신 것이다. 완전 감동.. 자신을 위한 자리를 눈여겨본 아이는 덩달아 기분이 좋은지 자리에 앉아 표정으로 온갖 기쁨의 미소를 띄었다. 나와 비슷한 취향 메이트라 아이도 좋아할 줄 알았다.
아이를 위한 버섯 크림 리소토(리조또는 잘못된 외래어표기) 와 나를 위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주문하고 식전 빵을 먹었다. 리소토는 아이가 먹게 되니 향신료(후추)는 빼 달라고 추가 요청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물잔을 짠! 건배했다. 식사가 준비되자 아이는 나의 파스타에 눈독을 들였다. 너무나 빤히 애타는 눈빛으로 달라는 시늉에 마늘향과 올리브기름이 묻은 파스타에 물로 한 번 헹구어서 전해주니 "안 맵네"라고 말하며 맛나게 드셨다. 더 달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리소토는 뒷전이고, 그릇에 얼굴을 파묻히며 열심히 파스타를 드셨다.
전혀 예상 못한 시나리오였다. 아이가 이제는 기계 세차를 해도 울지 않고, 소화가 잘 되는 리소토를 권했으나 이제껏 그가 즐겨 먹던 크림 파스타도 아닌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즐겨 드시게 되다니.. 나만의 편견이 아이의 기호와 취향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평일 점심은 사무실에서 간단히 챙겨 먹거나 운동하거나, 책을 보는 등 혼자만의 가벼운 시간을 갖는데, 멋진 공간의 레스토랑에서 좋아하는 메뉴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했다.
어린이집의 일시 휴원과 불법주차 스티커 등도 모두 일상에서 악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내가 대하는 태도와 생각에 따라 호재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아이와 오늘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고, 근사한 점심과 티타임을 즐겼으며 세차를 해서 차가 깨끗해져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가오는 미래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온다. 그래서 장항준 감독 은 "행복을 즐기되 행복이 언제나 있을 수 없다"라며 딸에게 늘 "겸허와 겸손의 자세를 지니길" 강조한다는 그.
나에게 다가올 미래를 점지할 수 없지만, 늘 감사하다는 마음을 먹고사는 게 우선일 듯싶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가장 행복한 시점이 여행길에 오르기 전이 아닌가. 예컨대 지난주 제주여행에서 가장 설레었던 순간은 여러 곳을 경로 했던 여행 과정이 아니라 제주에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 그 순간이 가장 들뜨고 설레었다. 아이의 표정도 유난히 밝았다. 자주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에. 코로나19 팬더믹으로 2년간 해외여행을 못했지만, 장거리 여행에 대한 갈증을 제주 여행으로 풀었다. 숙박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작년에는 12월 결혼기념일을 맞춰 여수로, 올해는 9월 초 아이 생일 맞춰 떠난 제주로.
삶에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계획한 결정과 스케줄에 따라 착착 미래가 설계된다면.. 아주 멋진 삶이 되겠지만 20대에 비해 30대, 30대에 비해 40대에 점점 더 그러한 삶으로 그려나가길 쉽지 않을 것이다. 선택할 수 없는 폭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세바시와 밑미의 '워킹패런츠' 리추얼 치어리더로 활동한 지 2달째, 세바시에 펴낸 3권의 책 중 2번째 책을 리추얼 멤버들과 함께 읽고 있다. 매일 아침 질문 1개와 그와 관련된 강연자의 영상 1건을 챙겨보고 리추얼 메이트들에게 공지하는데 유난히 이달에 추천하고 싶은 영상은 오늘 영상이었다. (지난달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다' 제목으로 강연하신 안승준 한빛맹학교 선생님 강연이 가장 좋았고 기억에 남아 브런치에 기록했었다)
최근 들어 나의 일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2년 전부터 구입하는 책들도 '일'과 관련된 책들을 꽤 많이 소유하게 되었다. 오늘 본 영상도 '일'에 대한 키워드였다.
20대에는 일은 곧 나의 자아계발, 내 분신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내가 바라는 꿈의 직장과 직업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여러 방향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에 반면 30대의 문턱을 지나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고 나니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내가 이룬 꿈에 성을 쌓으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았다. 결혼과 육아에 최적화된 일자리였던 것인지 즉 생계형 일자리인가 아니면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인가. 요즘 들어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커진 것 같다.
그 와중에 아래 질문과 영상을 접하면서 20대에 내가 꿈꾸었던 직업관에 다시 물어보았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의 기준을 세우고 일을 해야 할까. 그 와중에 배우 신애라의 '나머지 45분' 세바시 영상과 드라마 <마인>, <품위 있는 그녀>를 쓴 백미경 드라마 작가가 출연한 유퀴즈 인터뷰 영상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들의 일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통해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이 내용은 다음 편에 자세히 한 번 다뤄봐야겠다.
안녕하세요! 벌써 퇴근시간이 되어가네요.
오늘 하루 잘 지내셨나요☺
벌써 리추얼을 시작한 지 4일 차가 되었네요. 오늘 2권 방에서는 ‘일’에 대한 키워드로 관련 질문과 영상을 소개했는데요. 워킹 패런츠 리추얼에 모두 참여하시는 여러분들께 도움될 거 공유드리고 싶어 졌습니다..
젊은 청년 사업가의 이야기를 세바시에서 알려주네요. 사회적 기업가.. 노숙자를 찾아가서 노숙자들이 일을 할 경험을 주시고, 그들의 할 일을 만드는 사람. 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젊은 청년 창업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늘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감사해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스몰 비즈니스, 작은 회사가 이 시장에 버틸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요. 어려운 시작이었지만 지속적인 일자리와 그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강연자의 몫에 감탄합니다. 오늘도 저도 저의 몫을 따라 열심히 잘 지내야겠어요. 일과 육아.. 힘드시겠지만 나를 더 성장시키는 하루 보내시길 오늘도 응원해요!
<질문 35> 당신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상 35> 우리가 일하는 이유,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세바시 773회
https://www.youtube.com/watch?v=p2MLBJXkvww <인터뷰> http://benefit.is/17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