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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Sep 07. 2021

실패를 덜 하는 방법

'내 삶의 큐레이팅'을 잘하려면(feat.제주여행기)


귀가 후 집에 들어오니 현관 옆 화장실에서 락스 냄새가 진동한다. 쪼그리고 앉아서 땀을 뻘뻘 흘리며 화장실 바닥을 닦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며칠간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곳은 화장실 바닥이었다. 연말에 이사 갈 계획이 잡힌 후 지금 사는 집을 내놓아야 하다 보니, 제주 여행 을 떠나기 전부터 그는 집안의 짐을 정리하자고 말했다. 집 청소가 아닌 가지고 있는 짐을 버리는 것.


자신의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자 자신이 쓰는 거실 옆 화장실에 관심을 두었다. 집 안에 화장실이 총 2개라 그와 따로 화장실을 쓰곤 했는데, 평소에 쓸 땐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가 8월 말부터 화장실 청소용품을 하나둘씩 사기 시작했다. 이번 주 내로 청소의 기한을 정하고 틈만 날 때마다 화장실을 청소했다. 정말이지 대단한 열정이었다.


그와 반대로 내가 챙겨할 방과 짐은 많았다. 지난달에 이어 주방, 안방, 옷방, 서재방까지.. 짐을 줄이는 것은 달을 바꿔도 여전히 숙제였다. 연초에 서재방이 일종의 창고방이 되어 한 짐 가득한 방이 되었는데, 발코니 옆 다용도실에 짐을 옮기면서 나만의 서재방을 갖췄는데, 여러 달 동안 신간들이 늘어나자 책장에 책이 넘쳐났다. 서재방의 책장 위에는 여러 원두 봉투들이 일렬로 즐비하게 배열되었다. 연초의 깔끔했던 서재방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하루 중 늘 거주하는 시간이 많은 서재방은 천천히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주로 긴 밤잠을 자는 안방을 먼저 청소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안방의 가구는 침대와 5칸 서랍장이 전부였다. 서랍장을 제대로 정리해보지 않았기에 집에서 있는 홈웨어와 아이 옷들을 서랍장 위에 쌓아두고 있었다. 몇 년간 즐겨 입었던 여름, 겨울 옷들을 버리고, 아이의 해진 옷들도 버리니 가득 찼던 5칸 서랍장의 한 칸이 텅 비었다. 진작에 정리할 걸 그랬다.


청소와 달리 짐을 줄이는 것은 일종의 우리 사고에서 비움과 같은 현상일 텐데, 비우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채울 수 있게 된다. 그와 반대로 청소의 찌든 때는 아무리 열심히 지워봐도 처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 특히나 옷의 경우 땀이나 외부 오염 등으로 옷이 변색되어 제아무리 열심히 세탁을 여러 번 해봐도 옷감이 상할 수밖에 없다.


비움과 찌든 때


비움과 찌든 때를 비교하여 생각해보면, 가장 쉽게 청소하는 방법은 비우는 방법이다. 원래 있던 짐의 공간을 무(無)의 상태로 놓아두는 것, 요즘 흔히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삶처럼 말이다. 반면 찌든 때는 더러워진 곳을 복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장비가 꼭 필요하다. 좋은 도구를 갖출수록 찌든 때는 빠른 시간 안에 사라질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결국 빨리 비우고 더러운 곳의 찌든 때를 빨리 없애려면 '시간'의 역할이 중요했다.


가능한 시간을 덜 들이고 원하는 것을 꼭 얻어야 하는데, 이는 곧 실패를 덜하고 원하는 것을 빠르게 얻는 것과 같다.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24시간의 시간을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배분하면 가장 좋지만, 어느 조직에 몸을 담는 순간 그 시간은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주체적인 시간을 낼 수 있는 출근 전 아침시간과 퇴근 후 저녁시간, 잠자리에 드는 시간 등이 일상에서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시간인 셈이다.



내가 가진 주체적인 시간 중에서
바라는 행위와 결과를 많이 해보는 것,
실패를 덜 하는 것!


이 점이 내 삶에서 큰 고민이자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되었다. 마침 청소를 하고 짐 정리를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청소하는 노동을 누군가가 대신해주면 아주 좋겠지만, 그만큼의 수고에 돈을 줘야겠지만.. 내 물건의 용도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기에 타인이 그 일을 하게 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내가 빠른 시간 안에 문제 해결을 하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 좋을지 그 방법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싶었다.


마침, 이달 초에 다녀온 제주여행 통해 3박 4일의 여정 중 아침을 제외하고 점심, 저녁은 외식을 해야만 했다. 총 7번의 외식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 가봤던 곳은 5곳이었고 2번은 2년 전에 들러 먹었던 '고집 돌우럭' 식당이었다.  제주 지역에 제주공항점, 함덕점, 중문점 등 총 3군데가 있는데, 이번 여행에  함덕점과 제주공항점을 들러 모두 제주 전 지역의 지점을 돌아보게 되었다. 맛은 일관적이었다.


그는 '실패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밥상'이라며 칭찬했다. 어른들이 점심 세트메뉴를 시키면, 아이의 밥상도 무료로 나오기에 가성비도 좋고 제주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였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여행 책 등 여러 정보를 통해 맛있는 밥집을 고를 수 있지만 그 집을 고르고 나면 스스로가 테스트를 해봐야 맛집인지 평가할 수 있다. 결국엔 청소를 할 때 내 물건의 용도를 잘 아는 나 자신이고, 맛집멋집을 경험할 때 좋다고 판단하는 평가도 나 자신이 해봐야 한다.


더 많은 경험과 체험을 하면 좋지만,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삶의 시간은 제한적이기에 타인의 추천을 의지할 때가 종종 있다. 하나 결국 좋을지 말지 판단하는 각자의 몫이다. 삶에서 그 몫이 가장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만 선택해야만 내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명백하다. 내 삶의 큐레이팅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이 해야 맞춤형 콘텐츠를 골라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것처럼.. 오늘 읽고 봤던 영상과 칼럼, 콘텐츠에선 '자신의 안목'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결국엔 안목 높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 내가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실패를 덜 하는 방법도 나를 잘 알아야 시간을 덜 들이고 실패를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결국엔 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한데, 매일 나와의 대화시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일상 중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실패를 덜하고 나를 잘 아는 시간이 비례하지 않을까.






오늘 봤던 세바시의 송길영 부사장의 영상, 칼럼과 카카오 뷰가 탄생기를 설명하는 조수용 대표(매거진 B 발행인)의 이야기는 같은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엔 안목을 기르려면 좋은 편집 능력을 가져야 하고, 그 능력은 누구에게나 가질 수 있지만 출중한 이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더 의미 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내 삶의 큐레이팅'을 잘하여 자신만의 맞춤형 인생으로 살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할까.


1.  믿지 말라, 그리고, 질문하라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의 세바시 강연)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적어가다 보면 그 답이
 조금씩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타인이 정해주는 길보다는
자신에게 더 맞는 선택을
해내갈 수 있는 방법이지요.



2.  송길영 부사장의 칼럼 중

와닿았던 문구에 밑줄을.



좋은 강연을 듣고
토론하고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 또한 물이 흐르는 것처럼
연결되며 어느덧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하게 마련입니다.
그다음엔 자연스레 연관된 정보를 찾고
더 깊은 공부한 이들과 어울리며 나름의 안목을 갖습니다.
우리는 그 대상을 취향이라,
그리고 안목을 조예라 부릅니다.


어느 곳에 있어도 검색되고, 추천되고,
발견되는 세상이 왔습니다.
무엇보다 발견될 최종의 대상은
바로 당신의 뜻이기에
각자 발견될 준비를
충실히 하시길 바랍니다.



3. 카카오 뷰에 대한 새로운 시선,

누구나 큐레이터가 된다면!

(조수용 CEO 인터뷰 중)


조명받지 않은 이야기를
작은 이야기들은
누가 끄집어내 주지 않으면
계속 묻혀있는 거죠.
잘 골라주고 잘 배열해주는
에디터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상황에 어떤 비유를 들어서
어떤 조건을 가지고 다시 재구성하면
새로운 콘텐츠가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들을 재구성하는 능력은
정말로 중요한 능력.





고집돌우럭에서는 런치 메뉴세트를 시키면 아이 밥상은 무료로 따로 챙겨준다  
바나나 모습이 돌고래 같아서 아이가 매우 좋아했다! 바나나 돌고래가 입에 물고있는 것은 블루베리 ^^




오늘 아침 세바시 리추얼과 아침매거진 윤진 편집장과 함께하는 <다섯줄문장아침식사> 리추얼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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