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 Apr 11. 2021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리추얼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게 되다


회사 앞 드립 커피를 잘 내리는 곳에 들러 원두를 고르고 분쇄를 맡겼다. 신선한 원두를 직접 사고 싶었으나 그라인더를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그라인더를 골라야 할지... 내 취향을 계속 가져갈 수 있을지.. 지속적인 고민이 있었다. 드립백을 마실 때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는데, 결국 그라인더를 구입하여 신선한 원두를 골라서 마시는 재미에 빠졌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아침 리추얼 시간에 가장 행복했던 점은 '내가 고른 원두 맛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디감이 있고 산미가 덜한 고소한 맛이 강한 원두를 선호하는 편이라는 점. 모모스 드립백 세트 중에도 확실히 과테말라, 브라질, 콜롬비아 등의 원두를 좋아하고 에티오피아, 케냐 등 산미가 강한 원두는 기피한다는 것도 큰 깨달음이었다. 신맛을 선호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무엇보다 원두를 고르고 분쇄를 맡기고 좋아하는 커피맛을 알아간다는 과정이 리추얼을 하면서 자연스레 터득한 시간이었다. 아직까지도 커피 맛보다 향과 커피를 내리는 소리가 더 좋긴 하다. 


"저는 커피 맛보다 커피 향과 물 내리는 소리를 더 좋아하는 듯요.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아요."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 이 한 문장으로 답을 했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내가 원하는 원두 맛을 잘 몰랐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커피가 아닌 정말 내게 원하는 취향의 커피를 알게 해 주는 여행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커피 관련 장비가 많은 맛 좋은 커피집을 갈 때면 '남들이 의레 말하는 맛 좋은 커피집이겠구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만, 이제는 진지하게 가게 곳곳을 살펴보게 된다.


군산에 갈 때마다 꼭 들렀던 커피숍 '산타로사'를 오랜만에 찾았다. 이제는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과테말라 원두 하나만 골랐는데, 확실히 여러 원두를 섞은 블렌딩 한 원두가 내게 맞는다. 브라질산 원두와 과테말라 원두를 섞거나 혹은 과테말라 또는 콜롬비아 원두... 콜롬비아 원두와 에티오피아 원두가 섞인 커피도 먹을 만하다.


좋아하는 원두의 맛을 알아가는 과정처럼 커피를 완벽히 알아가겠다는 것은 목표가 아니였다. 체계적인 학습법이 아니더라도 커피를 알아가는 재미를 잃지말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우선이었다. 리추얼 하면서 늘 드는 생각도 같다. 계획을 세우는 것. 그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치의 연속인 셈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야 말로 문제인 것이다. 내가 얼마나 그 약속과 계획을 지킬 수 있는지 자신을 확대해서 부푼 꿈을 꾸지 않아도 된다. 현실을 직시하면 앉아서 글 쓰는 시간도 매일 쪼개서 하는 판에.. 한 달에 단 한 가지만 지켜도 된다. 사소한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작년에 깨달았으니 말이다.


“더 나은 내가 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의지에서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이 매일 지속적으로 연결돼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리추얼은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과정일 뿐이죠.” 리추얼관련 인터뷰에서 내가 남긴 말이다.  결국 커피를 내려마시는 과정을 즐기면 된다. 커피 맛이 어떠하든, 내 입에 만족한 맛이라면 오늘 나는 완벽한 커피를 마신 것이 아닌가.



덧. 리추얼 관련 첫 글은 '커피'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약 5개월 만의 커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신기할 따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