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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pr 11. 2021

리추얼하기 위한 간결한 도구

시간의 압축기


지난해 9월부터 8개월 동안 매일 아침 ‘출근 전 읽기 쓰기’ 리추얼에 집중하고 있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커피포트에 버튼을 누르는 소리에 잠든 귀에 잠을 깨우고, 일어나서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요점(要點)’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하고 중심이 되는 사실이나 관점’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일까. 나만의 관점으로.  만약 아침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리추얼을 하고 있다면 집중해서 리추얼 일기를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최소한 간결성  


일상에서 여백을 늘려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 한다. 리추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습관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내가 했는지 안 했는지 테스트를 하는 것이 아닌,  머릿속에 내가   있는 목록을 간결하게 정리해보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정리에 이어 커피포트에  끓이기, 커피 혹은 차마 시며 손으로 글쓰기,  읽기, 글감 정리 ! 이처럼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있다. 정갈해야 한다. 그래야 생각의 정리가 된다. 뭐든 복잡하지 않게 단순! 간결! 정갈! 하게 말이다.   


 매일 아침 시간을 산만하지 않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행동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아침 간식을 먹고 커피를 내리고 커피를 마시고 노트를 뒤적이다 펜을 찾고 책을 읽고. 책 구절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잠시 잊혀버렸던 기억을 다시 꺼내어 노트에 끄적이고. 그 행위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리추얼에 집중하지 않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냥 무던하게 글을 써 내려갔으며 하는 바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을 다하고 신경을 다 쓰는 것. 허비하지 않은 시간을 갖지 않는 것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새해 첫 날을 맞이한 때가 언제이던가. 나를 다독이고 나를 위해 할 수 있었던 한 달을 보냈는가. 한 달을 돌이켜 돌아보게 된다. 어떤 일들이 나를 위로하고 격려했는지. 그리고 읽어야 할 책들은 서재에 늘어가고 있는데 다 읽을 수 있을지, 소화하고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화해야 할 책들은 늘어가는데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고, 어떻게 다 소화해야 할지.. 집착과 선호. 책을 읽겠다는 나의 집착과 매일 같은 모닝 글쓰기 시간에 책을 읽겠다는 다짐으로 내가 선호하는 책을 읽는 시간을 드디어 찾았다! 유레카! 그러다 보니 그토록 원하고 원했던.. 매일 책을 읽고 글 쓰는 시간을 갖게 됐다.     


리추얼 시간에 내가 소장한 책들과 내가 빌린 책들은 각기 다른 시간에 읽어야 했다. 소장한 책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읽어도 상관없다만 대출한 책들은 반납일에 맞춰야만 완독 할 수 있다. 결국 마감이 있는, 선이 있는 것은 일의 결실을 맺는 장치인 거 같다. 끝에 닿는 과정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무얼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은 내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맹렬히' 집중을 다해야 한다.


도구의 최소화 


가끔 출근하는 시간이 두려울 때도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리추얼에 대해 결실을 맺고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가야 할 것인지. 그 앞에 무엇이 있을지. 출근시간이 되려 두려워지는 시간이 온다. 어떻게 하면 내 내가 만족하는 리추얼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시간에 되려 리추얼에 빠져들수록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이 감사해진다. 그리고 그 수단이 간결해지길 원한다.  어떻게 하면 리추얼에만 오로지 집중할까. 리추얼 도구들은 더 간결하고 단순해질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리추얼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면, 리추얼 도구가 많아질수록 리추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 도구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닌데. 어느새 리추얼을 하고자 하는 소비가 많아질 수도 있다. 꼭 좋은 도구만이 리추얼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데 말이다. 이왕이면 더 좋은 것을 쓰는 게 좋겠지만, 결국 그게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 취미는 수집이 아니라 정리다. 내 책상은 늘 깨끗이 치워져 있다. 노트북에는 저장된 문서가 거의 없고, 많은 이메일이 와도 받은 편지함은 항상 비워져 있다. 내 전화기도 90퍼센트 이상이 사용 가능 공간이다. 지우고, 지우고, 버리는 습관 때문이다. "

<50>, 홍정욱 에세이 중


나는 한 번 정든 물건은 쉽게 못 버리는 편이다. 정말 필요한 소품은 ‘매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가..’ 몇 번을 더 생각하고 구입하게 된다. 핸드드립에 필요할 커피포트를 발뮤다 걸로 살까.. 1년 전부터 눈독 들인 물건인데 아직도 고민 중이다. 덧붙여 커피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즉석에서 원두를 바로 갈 수 있는 그라인더도 어느 제품을 살 것인지 고민이 있다. 가지고 있으면 너무나 편하겠지만, 없어도 되는.. 소비품에 대해 또 생각하게 된다.


       


그래, 종이와 펜만 있으면 뭐든 그릴 수 있으니! 리추얼할 때 도구의 간결함을 아이통해 배운다
수많은 필기도구가 많지만, 내 손에 잘 쥐어지는 도구가 리추얼도구로! 굳이 리추얼할 때 꼭 써야할 도구는 정해져있지 않다.(이달에 들른 대전 문구점 '프렐류드'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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