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게 EP.3

캐나다 워홀 도전기_29화

by 혜주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그의 질투와 소유욕은 더욱더 강해졌다.

전에는 귀엽게 “질투가 너무 나, 미칠 것 같아.” 정도로 이야기하던 것들이 점점 갈수록 분노로 바뀌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화를 내기 시작하고, 비꼬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에 우리의 싸움을 점점 잦아만 갔다. 그의 말투는 자주 나를 화가 나게 만들었다. 그는 언제나 먼저 사과하고 다가왔지만, 본인의 말투가 그렇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어느 날, 나랑 같은 시간대에 일을 하게 된 이성동료가 나를 데리고 출근하고 퇴근 후 집에 데려다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곳에 너의 슈퍼맨이 있네? “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도 알고, 어떻게 반응해줘야 하는지도 알지만 비꼬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에게 원하는 반응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어! 맞아. 요즘 내 슈퍼맨이지.”

내 대답에 그는 얼굴이 씨뻘 게지며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

이때쯤부터였을까? 아니면 훨씬 전부터였을까?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불안뿐이며, 시간이 지나며 나를 더 알고 서로를 신뢰하게 된다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이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점점 지쳐갔다.


그렇게 맑고 흐린 날이 다시 반복되었다. 나는 도대체 이 사람이 왜 이러는지에 대한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거의 없고, 회사와 집만 반복하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 거야? “

나의 물음에 그는 말했다.

“그 만나는 친구들, 동료들 중에 남자가 있잖아.”

그 말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말문이 턱 막혔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이 정도 이야기 했으면 네가 바뀔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너는 여전해. 내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어.”

“그래, 그렇구나. 넌 날 믿을 생각은 하지 않는구나.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을 뿐이지. 내 모든 것들이 이렇게 싫은데 왜 나를 만나는 거야?”

내 말에 그는 놀란 듯했다. 그리고 부인하기 시작했다.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해. 단지 네가 조금만 어른이 되길 바라.”

그리곤 항상 덧붙였다.

“우리가 떨어져 있어서 네가 너무 그리워서 그런 것 같아.”

나는 이 문장에 취약했다.

왜냐면 내 마음이 그를 그리워했으니까.


우리에게 맑은 날이 지속될 때는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그에게서 발견하는 스마트함, 섬세함, 그리고 리더십.

이 모든 것들이 나를 그에게 더 끌리도록 만들었다.

나를 컨트롤하고 싶어 하는 그를 위해 종종 별 문제가 아닌 일도 굉장히 고민하며, 그에게 조언을 듣기도 했다.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 행복해하는 그를 보는 게 재밌기도 했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나와 가족을 꾸려나가고 싶어 했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본인만을 위했던 차를 가족용 차로 바꾸고 싶어 했다. 너무나도 멀리 앞서가는 그를 보며 웃으며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닿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나는 사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헤쳐나가야 하는 많은 고난이 존재했고, 가장 큰 문제는 나는 그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가 사는 나라와 환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너 괜찮으면 내가 너 있는 곳으로 갈게. 너 사는 곳, 환경 다 직접 보고 싶어. 너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나 여행한다고 생각하고 가는 김에 너도 보고 돌아오면 되니까.”

그는 토끼눈을 하며 당황해했다. 그의 머릿속의 계획에는 어긋났던 것이다.

“너 오는 거 너무 좋아. 근데 우리 계획을 세워야 해. 나는 10월쯤 독일에 가야 하는 일이 있어서, 그때쯤 널 데리고 독일에 갔다가 두바이로 함께 들어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다 계획이 있어. 기다려줘. “

이 사람은 언제부터 혼자만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까.


그리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자주 하던 말, 내가 한 귀로 듣고 매번 별 생각 안 했던 그 말.

그 말이 진심이었구나.

“너의 본업도 아닌 일을 왜 하는 거야? 우리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어. 네가 일할 필요가 없어. 넌 그냥 몸만 오면 돼. 돈이 필요하면 말해. 내가 보내줄게. 적당히 쉬고 한국으로 돌아가. 왜 캐나다에 있는지 나는 이해가 안 돼.”

그저 사랑에 빠진 남자가 하는 말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현실이 보이며 마음속에 큰 돌덩이가 떨어진 것 같았다. 그는 나에 대해 모르고, 나는 그에 대해 모른다.

당연하다.


그렇게 같은 날들을 반복하고, 같은 고민과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관계에 지쳐가고 있을 때쯤, 그에게 여태까지 본 적이 없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떻게 내 얼굴 앞에서 껌을 씹을 수 있어?”

통화 중 껌을 씹고 있는 나를 보고 그가 처음 뱉은 말이었다.

처음엔 장난치는 건가 생각했지만, 통화 내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 같았다.

’아, 우리는 절대 동등한 관계가 될 수도 없구나. 내가 이 사람과 함께 하려면 그에게 내 목줄을 쥐어주고 원하는 행동을 하며 그 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이 흐르다 못해 여기까지 미치고 나니, 내가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불타오르던 시작과 너무 다른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 없이 조용한 헤어짐을 맞이했다.


그렇게 한 달 하고도 며칠이 더 흘렀다. 그 사이에 나는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듯했지만, 마음은 먹구름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의 문제도 있겠지만, 나의 문제는 무엇인가.

나 또한 너무 내 방식대로 밀어붙이지는 않았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그가 나를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내가 그를 너무 믿지 않았던 걸까.’ 등.


그렇게 같은 질문을 한 달이 넘도록 하고 나니,

’ 나에게 어떤 깨닫음을 줄려고 이 사람을 보내셨나.‘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들이 지겨워지고 이제는 내가 다 잊었다고 생각이 들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을 마주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잘 살고, 그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생각했다.

그와 처음 만났던 카페에 앉아 문자를 보냈다.

- 잘 지내고 있지?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연락했어. 우리가 참 많이 싸웠지만, 난 화해하면서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쉽지 않았네.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

그 문자를 보내고 나니 마음속에서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후련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에게 답장이 왔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