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sian Nov 25. 2019

나는야 낭만 크리에이터

<프레드릭> 피셜, 아무리 추워도 우리에게 햇살과 이야기는 필요한 법이죠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찬란한 금빛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

프레드릭이 햇살 얘기를 하자, 네 마리 작은 들쥐들은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레드릭의 목소리 때문이었을까요? 마법 때문이었을까요?

“다시 눈을 감아 봐.”
프레드릭은 파란 덩굴 꽃과 노란 밀짚 속의 붉은 양귀비꽃, 또 초록빛 딸기 덤불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그림 글,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1999)



*
일주일만 지나면 12월이다. 작년 이맘때 공식적인 첫눈이 내리고, 하얀 아침을 마주했던 기억이 난다.

떠나는 가을 붙잡지 말고 성큼 다가 온 겨울 맞으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시그널일까?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에 찬 바람까지 더해져 정말 겨울이 코앞까지 온 듯하다.



새하얀 눈 이불을 덮은 세상, 고요한 순백의 풍경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그 어딘가에서 2막을 기다리는 자의 숨을 고르는 인터미션처럼 느껴졌다. 공연장에서라면 알림음과 함께 멘트가 흘러나왔겠지만 계절과 계절 사이의 페이지엔 새 하얀 눈만이 소리 없이 쌓였다.


이젠 정말 ‘겨울’이 어울리는 날, 어떻게든 온기를 붙잡아 보려고 감성 충만 로맨틱 쥐돌이 프레드릭을 만나러 그림책을 꺼낸다.



겨울을 앞두고 들쥐 가족은 열매와 짚, 밀을 모으려고 밤낮없이 일한다. 그 가운데 프레드릭은 만날 놀기만 하는데...(라고 보이지만)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느라 사실상 나름 열일중! 요즘으로 치면 시를 노래하는 낭만 크리에이터라고나 할까. 그림책 애호가라면 누구든 그의 구독을 자처할 것이다.


프레드릭의 수다라면 언제든 OK. 이야기를 듣느라 춥고 기나긴 겨울날이 언제 지나가는지도 모를 듯.
 


이전 13화 떠나보면 달라질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