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랑은 '노맨'이다.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수많은 맨들이 있는데 왜 나는 노맨이랑 결혼을 했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내가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 그가 단번에 YES를 외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오늘 김치볶음밥 먹을까? - 아니. 안 당기는데.
우리 오늘 공원에 갈까? - 아니. 더운데.
얼마나 얄미운지 꼭 '아니'라는 말을 할 때마다 입을 꽉 꼬집고 싶어진다.
그런 그가 단지 노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노매너맨 이기도 한데, 연애를 하기 전 우리는 어떤 식당에 들어섰고 신랑이 먼저 들어서고 내가 들어서려고 하자, 신랑이 문을 잡아주지 않아 투명한 유리 문에 얼굴을 박았던 적도 있다. 아마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같이 스터디를 하는 언니가 내가 그와 사귀는 줄 모르고 나에게 귓속말로 '저 오빠 개매너야' 라고 했던 속삭임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참 좋았나 보다.
처음 우리의 만남은 취업스터디였고, 그는 스터디장, 나는 스터디원이었다.
대학원 기계과 출신이자 한번 갔다 와서 이직을 준비하는 그와, 학부 졸업을 막 앞두고 있던 전형적인 문과 출신의 나는 서로 전혀 관심도 없이 데면데면 지냈었다.
하루는 자기소개서를 서로 첨삭해 주는 활동을 했었는데 기계과 출신인 그가 너무나도 딱딱하고 재미없게 자기소개란에 이런 문장을 담았다.
'제가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기계의 부품처럼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첨삭을 하는 나는 기계의 부품에 밑줄을 그어 돼지꼬리를 빼내 이렇게 썼다.
'무서워 ㅠㅠ'
여차여차해 자꾸 왜 스터디에 안 나오냐고 하는 스터디장 때문에 스터디를 지속하게 되었고, 그 시절 유행인 사트, Hmat 등 인적성 검사를 보러 가는 길이 이상하게 그와 많이 겹쳤고, 시험을 보고 나오면 같이 술 마시는 날이 잦아들며 우린 결국 연인 사이가 되었다.
술 마시고 좋아한다고 얼핏 얘기했다가 그걸 굳이 취소를 하고, 그다음 날 우리 학교 앞에 찾아와 꽃을 들고 '정식 고백'을 하던 것.
무슨 60년대도 아니고 정식 교제를 하는 허락을 받겠다고 우리 아빠를 찾아오던 것.
그때의 나는 그 고지식함이 너무 사랑스러웠었고, 지금의 나는 그를 개매너에 노맨이라고 부르나 보다. 글을 쓰다 보니, 노맨이랑 결혼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