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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Apr 05. 2021

코로나 디톡스 - 방콕 명상 리트릿

디지털 디톡스+올데이 명상+디톡스 식단

영국은 공휴일이 얼마 없다. 2021년을 보면, 잉글랜드 기준으로 겨우 8일이다. 15일인 우리나라에 비해 정말 적다.


1월 1일 금요일 - New Year's Day

4월 2일 금요일 - Good Friday

4월 5일 월요일 - Easter Monday

5월 3일 월요일 - Early May Bank Holiday

5월 31일 월요일 - Spring Bank Holiday

8월 30일 월요일 - Summer Bank Holiday

12월 27일 월요일 - Christmas Day (대체 공휴일)

12월 28일 화요일 - Boxing Day (대체 공휴일)


이렇게 희귀한 공휴일인지라 주말까지 나흘을 쉴 수 있는 부활절 연휴는 영국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황금연휴다. 딱 날도 풀리기 시작할 때라 너 나 할 것 없이 여행을 떠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이동제한이 풀리지 않았고 5월 중순까지는 해외여행도 불법이다. 신규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줄어들고 부활절 연휴도 다가오자 민심을 고려한 결정인지 3월 29일 자정을 기해 "stay at home" 이동금지령을 해제하고 6명까지는 실외에서 만나고 실외 스포츠도 할 수 있게 완화했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쓸 줄 모르는 영국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집콕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다시는 없을 연휴니까 어떻게 보내면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평소에 시간 또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못한 게 뭐가 있지 고민하다 디톡스를 하기로 정했다. 처음에는 식단 관리만 생각했는데 2019년 말 윗빠사나 10일 명상 코스를 했던 게 생각나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온라인 명상 코스가 있는지 뒤져봤다. 괜찮아 보이는 사이트는 대부분 미국 기준으로 운영돼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예전에 책을 보고 유튜브 강연도 찾아봤던 타라 브랙(Tara Brach)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혼자 집에서 할 수 있는 Creating a Home Retreat을 발견했다. 예시로 나와있는 Free Half Day Retreat을 포함해 사이트에 올라온 Guided Meditation과 Talks로 내 맘대로 시간표를 짰다. 명상 코스를 제대로 하려면 식단 조절뿐 아니라 자극을 최소화해야 하니 이참에 디지털 디톡스도 하기로 하고 4월 1일 저녁, 휴대전화는 wifi를 끄고 비행기모드로, 노트북에서는 명상에 필요한 탭만 열어두고 나머지는 모두 닫았다. 


4월 2일 아침, 평소엔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 청개구리처럼 5시가 돼서야 기상. 방에 셀프 감금되어 하루종일 명상을 할 채비를 했다. 전날 짜놓은 레몬즙에 따뜻한 물을 부어 레몬물로 디톡스를 시작한다. 역시 전날 갈아놓은 해독주스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요가매트와 물을 챙긴다. 자주 왔다갔다 하지 않기 위해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는다. 배고플테니 바나나와 견과류도. 평소엔 잘 켜지도 않는 향초까지.


1. 디톡스의 시작은 레몬물   2. 성공적인 방콕 명상 리트릿을 위해 바리바리 챙겼다


중간에 잠깐 산책을 다녀오고 식사를 챙기러 주방을 오간 것 외에는 거의 방에서 두문분출한 1박2일을 보냈다. 오랜 시간 명상하느라 피곤해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잤고, 자연식으로 식단을 짰지만 움직이지 않아 오히려 살이 찐 듯하지만, 오랜만에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마음에 평온을 찾았다. 원래는 3일을 계획했지만 3일차인 4월 4일이 날씨가 너무 좋아 방콕 명상은 오히려 심리적으로 해로울 것 같아 이틀째에 접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3. 자연식으로 준비한 식단

겨우 1박2일 식단 관리한 건데도 보상 심리에 이튿날 저녁엔 평소엔 찾지도 않는 컵라면을 먹었다. 몸과 마음과 머리를 정화시키려는 부활절 특집 디톡스 계획은 이렇게 이틀만에 끝이 났지만 덕분에 매일 명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Loving Kindness Meditation(자애 명상)으로 다시금 따뜻한 마음을 되새길 수 있었다. 방에서 하루종일 명상하겠다고 일 벌인 친구 때문에 눈치 보며 신경 썼을 플랫메이트에게 부활절 기념 방콕 디톡스 성공(?)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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