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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Jul 08. 2021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feat. 두드러기

1차 접종을 한 건 5월 17일이다. 영국은 백신 종류에 관계없이 1-2차 간격을 12주로 정해 2차 접종은 8월 초 예정이었지만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2차 접종을 8주로 앞당겨 7월 12일로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영국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유를 만끽했고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확진자 수는 빠르게 늘었다. 4월에 2천 명대를 유지하던 하루 확진자 수가 점차 증가해 5월 28일 4천 명대를 넘고 6월 4일 6천 명, 6월 18일 1만 명을 돌파, 6월 말에는 꾸준히 2만 명대를 찍었다. 그나마 입원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같은 속도로 늘지 않는 건 백신 덕분이라는 판단에 영국 정부는 2-30대 젊은 층의 접종을 독려했다. 전과 달리 예약 없이도 접종할 수 있는 walk-in centre를 마련했고 축구 경기장을 빌려 "Grab a Jab"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의료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도 그냥 와서 맞으면 된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1. 백신 센터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운영하는 백신 버스  2. 백신에 소극적인 젊은 층을 타겟으로 축구 경기장을 빌려 Grab a Jab 주말 이벤트 실시


조금만 더 기다리면 2차 접종을 할 수 있었지만,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퍼지는 게 불안해 예약일자보다 더 빨리 맞을 수 있는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그러다 7월 1일, 오후 회의가 끝나고 집 앞 M&S를 향하던 중, 1차 접종을 했던 Royal Free Hospital 레크리에이션 클럽 앞에 예약 없이 접종할 수 있다는 입간판을 발견했다. 다른 walk-in centre에서는 1차 접종만 가능했는데 여기는 2차 접종도 가능하다고 떡하니 쓰여있었다. 기쁜 마음에 후다닥 들어가 문의하니 지금은 쉬는 시간이니 30분 후에 오라는 말을 들었다.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은 1차보다 부작용이 심해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 하루는 꼬박 앓았다는 걸 들은 터라 유진이와 다른 날 맞기로 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M&S에 들러 주스를 두 병 사고(둘 다 아플 예정이니) 집에 가 유진이를 데리고 다시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2차 접종을 했고 각자 방에서 끙끙 앓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3. 집에서 1분 거리 백신 센터 walk-in 가능 입간판  4. 유진이와 동시에 2차 접종 완료하고 15분 대기 중  5. 화이자 백신 접종 인증 


하루는 꼬박 몸살을 앓을 각오를 했지만 백신 부작용은 예상했던 것과 아주 다르게 전개됐다. 


1일 차

오후 6시쯤 접종해서 일부러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타이레놀을 머리맡에 둔 채 잠들었다. 


2일 차

아침에 눈 뜨니 주사를 맞은 쪽 팔이 무거웠지만 생각보단 괜찮아 커피를 마시러 나갔는데 집에 들어와 타이레놀 먹고 뻗었다. 손바닥 발바닥까지 아픈 몸살은 처음이었다. 약 기운 덕분에 괜찮은 것 같아 오후에는 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갔다 왔는데 저녁에 다시 온몸이 쑤셔 또 타이레놀을 먹었다. 타이레놀 최고!


3일 차

여전히 몸이 무거웠지만 약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정도였다. 다만 팔과 배와 가슴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났다. 1차 접종을 했을 때도 양팔에 두드러기가 났었는데 이번에는 울긋불긋 솟아오른 정도가 훨씬 심했다. 


4일 차

아침에 일어나니 몸살 기운은 없었지만 두통이 심해서 또 타이레놀의 도움을 받았다. 자다가 깰 정도로 등이 가려웠는데 이것도 백신 부작용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6일 차인 오늘은 드디어 멀쩡하다. 생각보다 부작용이 오래 가서 힘들었는데 델타 변이에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후에도 64%의 효과만 있다는 기사를 읽고 좌절했다. 영국은 죄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란 말이다!


7월 19일부터는 모든 방역 제한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영국 정부는 향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 명에 달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마스크 착용까지 완전히 자유화하겠다는 건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 장관은 "코로나19만 생각하며 살 순 없다(we can't live in a world where the only thing we are thinking about is COVID)"며 다른 질병과 교육, 경제 등을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말 그야말로 '아무도,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영역(the country is about to enter “uncharted territory")'이다. 7월 7일, 신규 확진자 수는 3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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