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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타 Oct 23. 2021

스스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방법


캘린더에 블록화 된 내 시간을 추적하고 분석하면서 하루의 시간을  현재와 미래를 위한 시간으로 골고루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간에 정량을 설정해서 오늘은 이만큼, 내일은 저만큼을 뚝 떼어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이 시간에 맞춰 흘러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정일수록 과감하게 하루의 일과에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하지만 매일 지켜야 하는 일정은 아니다. 

데드라인도 횟수의 기한도 없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정 중 하나다. 

그래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가 주어지거나, 포기할 수 없는 외부 일정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슴을 후벼 파는 죄책감과 괴로움을 누구에게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워킹맘의 비애라던가,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라는 위로는 와닿지 않는다.

나는 일을 위한 시간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놓치고 싶지 않지만 선택의 순간, 

가장 중요한 시간이 후순위로 밀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의 양보다는 질에 우선하기로 했다. 


내 시간을 추적해서 양만 채우려면 일정들은 도려내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죄책감을 덜어내기로 했다.  


먼저, 시간을 추적하려면 나의 관심 분야와, 해야 할 일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수천 권의 책이 서점에 쌓여있어도, 내가 경제/재테크 분야의 책들을 읽을 것인지 에세이/자기 계발 류의 책을 읽으러 갈 것인지 발걸음을 정해야 한다.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분야일수록,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의 양을 똑같이 보낸다 하더라도,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 


그러니 시간에 양을 늘려서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갖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이어야 한다. 


코로나 19로 준비 없이 가정보육을 시작하면서  아이와 씨름했던 시간들이 주었던 교훈이 있다. 

'오늘은 또 뭐하고 놀아주지'라는 생각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이와의 감정싸움에 지치는 날들이 많았다.


나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고 놀아줬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를 재우고 나면

아이에게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고민하게 되는 날들이 쌓여 갔다.

그래서 육아시간의 목적을 재설정했다.  


하루에 한 가지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활동놀이를 해보자라는 주제를 정했다.


그리고 서점에서 '집에서 하는 몬테소리 놀이 100가지' 책을 구매했다. 책의 목차대로 놀이를 하지 않고, 그중에 아이의 성향에 맞는 놀이를 찾아보고 집 안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재료를 찾아서 엇비슷하게 따라 했다. 


나도 아이도 새로운 놀이 형태, 새로운 놀잇감으로 신나게 놀았기 때문에 1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시간을 재고 따지며 놀이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잠자리에 들어 놀았던 놀이들을 재밌게 설명하던 아들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1시간의 총량은 같더라도 질적으로 우리는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낸 것이다.  


시간의 총량은 같더라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는가의 문제는 잠잘 때 비로소 느껴진다. 잠자리 누워 ‘오늘 하루 잘 살았다’는 충만감을 느끼면 그걸로 그만이다.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미루는 습관에 길들여지는 이유는 피곤하고 귀찮거나, 재미가 없어서 당장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실행하지 않아도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점점 하고 싶어지지 않는 저항감이 커진다. 저항이 클수록 다음번에 그 일을 실행하는데 곱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이 하기 싫지만, 운동화를 신고 나가 걷다 보면 어느새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실행할수록 저항감이 낮아진다는 걸 깨닫는 순간, 미루기 습관을 이겨내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은 결국 매일의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함이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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