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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도 물고기처럼

다음 생에는 물고기로 태어나도 괜찮을 거 같아

by 김혜미
어느새 나도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웨이브를 하며 제법 빠르고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갈 때의 촉감이랄까, 그때 몸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부드러움이 있다. 지상에서 웨이브를 할 때는 어딘가 삐걱거리는 듯한 로봇 같은 태생에 타고난 몸치라서 웨이브의 리듬을 모르겠다. 평생 로봇으로 살아오던 내가 유일하게 웨이브가 가능한 곳이 있다면, 물속이다. 유독 물속에서는 몸이 꼬불꼬불 움직여진다. 특히 좋아하는 웨이브의 순간들이 있다. 물속에서 풀부이를 잡고 들어갔다 나오며 접영 킥을 연습할 때, 턴을 하고 돌핀킥(*발을 아래로 눌러주며 수면 위로 올라오는 발차기)을 차며 잠시 수면 위로 올라올 때, 웨이브 하며 배영 자세로 뒤집을 때 등이다.


이때, 재밌는 순간은 다 같이 물속 웨이브를 즐길 때 먼저 돌고 바로 옆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날 때이다. 혹은 먼저 출발하는 사람들을 물속에서 잠시 바라볼 때가 있다. 물 밖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 동작의 경우는 발차기 거품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보려야 볼 수가 없는데 물속을 다 함께 휘저을 때는 서로 간의 눈인사도 가능하다. 가끔, 회전을 하러 가는 길에 앞에서 회전을 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는데 정말 그 자세가 예뻐서, 참 자유로워 보여서, 내가 느끼는 그 리듬의 즐거움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거 같은 동질감에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 한 번은 수영장에서 친해진 언니가 턴을 하고 내 옆으로 돌아오는데, 정말 인어공주처럼 자유로워 보이고 예뻐서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곤 했다.


아주 예전에, 수심이 낮은 풀에서 수영 연습을 하다가 중간중간 깊은 풀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곤 했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은 ‘와…. 진짜 물고기 같아.’였다. 몇 년이 지나니 그 물고기가 내가 되어 있었고, 어느새 다양한 색을 빛내고 있는 여러 물고기와 어울려 물속을 즐기고 있었다. 물고기들은 늘 물속에서 웨이브 하며 기분 좋은 부드러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맞다면 다음 생에는 물고기로 태어나도 괜찮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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